금융회사들이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현금 확보 차원에서 대거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에서 이탈함에 따라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보통 주식시장이 불안하거나 금리를 예측하기 힘들 때 MMF 시장이 확대되는 게 일반적인 만큼 최근처럼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MMF에서 나온 자금은 주로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권의 수시입출금계좌(MMDA)나 초단기 정기예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MMF 잔액은 지난 8월 말 75조원대를 고점으로 9월 들어 계속 줄어들며 9월29일 현재 62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우리ㆍ하나ㆍ국민ㆍ신한 등 4대 시중은행의 MMDA에는 10조원 가까운 돈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한달 사이에 MMF에서 무려 12조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MMF는 콜론뿐 아니라 국고채, 은행채,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채권시장의 최대 수요처다. MMF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권의 MMDA나 1ㆍ3개월 등 초단기 정기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의 자금담당자는 "MMF 자금이 원금을 보장해주는 MMDA나 1개월 정기예금 등 초단기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한 채권 수요처인 MMF 시장이 위축되자 채권시장의 자금조달 기능도 사실상 마비 상태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관계자는 "채권의 최대 매수처인 MMF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채를 발행하고 싶어도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채권시장의 수급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자금시장 불안으로 MMF에서 뭉칫돈을 빼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유동성 불안을 겪은 증권사가 자금확보를 위해 보유 채권을 내다팔고 있는 것도 채권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증권사는 고수익 CMA 계좌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은행채 등에 투자해왔지만 최근 유동성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들 채권을 대거 시장에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MMF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국내 자금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보고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비상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채권시장의 수급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으며 산금채 등 국책은행의 금융채만이 소규모로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은행권은 10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가 10조원 안팎에 이르는 만큼 채권시장이 위축되면 차환 발행도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채 차환 발행이 안되면 예금 등 다른 곳에서 상환자금을 융통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원화 유동성도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