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 각 분야에 미칠 파장 입지선정등 무효화… 사업 재추진도 만만찮아 국가균형발전전략 차질등 경제정책에 악영향 충청권 거센 반발 국론 분열ㆍ혼란 촉발 우려도
입력 2004.10.21 18:22:16수정
2004.10.21 18:22:16
2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논란을 빚어왔던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권의 운명을 걸고 수도이전을 추진해왔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정치적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으며 국정운영 전반에도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나 신수도권 개발 등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전략이 한꺼번에 뒤틀리는 등 경제정책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수도이전 재추진 난관=
이번 결정으로 지금까지 특별법에 따라 추진돼온 입지선정과 추진위 설치 등 모든 행정적 조치들은 무효화됐다. 이날자로 신행정수도추진위는 활동을 중단하고 신행정수도 예정지 선정결과 및 토지거래특례지역과 건축허가 행위제한 등의 조치도 자동적으로 효력을 잃게 된다. 수도이전사업 자체가 ‘올스톱’된 셈이다.
정부가 수도이전을 다시 추진하자면 헌법을 개정하거나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것 하나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헌법 개정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2의 찬성을 받아야 하지만 ‘결사반대’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이 버티고 있어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국민투표를 거쳐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헌재 재판관 6명이 ‘수도는 서울’이라며 위헌결정을 내린 만큼 만약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더라도 사실상 위헌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헌재가 판결문에서 ‘국민여론을 무시했다’고 명시했듯이 현재까지 나왔던 각종 여론조사를 감안하면 수도이전 반대입장이 전체 국민의 70%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도시개발법 등을 원용한 대안도 거론되지만 수도로서의 개발은 이뤄질 수 없다.
◇국토 균형발전 기우뚱=
이번 헌재 결정으로 행정수도 이전 중지와 함께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사실상 신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추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기관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행정수도 건설이 중지된 상황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정부는 당초 신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올 연말까지 지방으로 이전할 180~200개 정도의 공공기관을 선정하고 오는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지방자치단체와 이전협약을 체결한 뒤 2012년까지 이전을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은 “행정기구의 지방이전은 행정수도 이전과는 무관하다”면서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신국토구상’도 물 건너갈 위기에 처했다. 신국토구상은 신행정수도 건설, 혁신형 클러스터 건설 등을 통해 수도권 일극집중형의 현행 국토구조를 파이(π)형, 다핵ㆍ분산형, 글로벌형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공주시 반포면ㆍ의당면ㆍ장기면 17개의 투기과열지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은 규제 자체가 신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부동산투기 방지대책인 만큼 관련 절차를 거쳐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진퇴양난 몰려=
청와대 등 여권이 이날 헌재 결정 이후 온통 충격에 휩싸인 채 긴급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진퇴양난의 입장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결정이 노 대통령의 통치력에 치명타를 안겨 레임덕 현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다소 성급한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헌재가 “특별법이 국민 참정권을 침해했고 대통령이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강하게 비판한 대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도 당내 지도력을 둘러싼 거센 논란이 이는 등 예측 불가능한 대파란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당정회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묘책을 발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당장 국회에 제출한 4대 개혁법안 자체가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부영 당 의장 등 실세들간에도 삐걱거림이 있어온 실정이다.
반면 한나라당 등 야당 입장에서는 당 지도부를 괴롭혀왔던 최대의 정치적 부담을 홀가분하게 덜고 대여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일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상 제고에도 큰 도움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충청권 지역 주민의 재산권 분쟁 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어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국론분열과 혼란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여권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만큼 이를 다독거리고 수습할 만한 고도의 정치력과 국민 통합기능이 절실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