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의 거장, 진 사라센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사라센은99년 5월13일 오전9시(현지시간) 폐렴 합병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전설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일기 97년, 골프계의 주춧돌로 자라잡은지 60여년만에 그는 결국 이름앞에 따라다니던 수식어대로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됐다.
사라센은 세계프로골퍼들에게는 물론 골프를 즐기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버지요, 스승이었다. 1902년2월 이탈리아 이민 2세로 뉴욕에서 태어난 사라센은 8살때부터 캐디로 골프에 입문해 한평생을 골프와 함께, 그리고 골프를 위해 바쳤다.
11살되던 1913년 역시 이민 후세인 프란시스 위멧이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에 고무돼 프로골퍼를 결심한 그는 9년뒤 바로 그 대회 US오픈 우승컵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골프계의 최강자로 한세대를 풍미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늘 단정한 니커보커스 차림이었던 그는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항상 담담하고 성실한 생활태도를 보였다.
16살때 유행성 독감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사라센은 인생을 덤으로 산다는 마음으로 매시간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다. 특히 자신처럼 이민온 후배들에게 쏟았던 마음은 친구 하나 없이 경쟁의 정글 한가운데 설 수 밖에 없는 선수들에게 크나큰 위안이 됐다.
사라센은 81년부터 마스터즈 개막식에 빠짐없이 참석해 고령에도 골프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 올 마스터스대회에서의 티샷은 130㎙밖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지켜보는 후배선수들과 골프팬들은 그의 스윙속에 담겨진 지난날의 화려함을 연상하며 경의를 표했다. 아무도 그 샷이 사라센의 마지막 스윙모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채 말이다.
사라센은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등에서 모두 우승해 이른바 그랜드 슬램을 최초로 달성했고, 샌드웨지를 개발했으며, 메이저 7승을 포함해 통산 38승을 올렸다.
35년 오거스타GC 15번홀에서 알바트로스를 기록하며 마스터즈우승을 차지했던 모습은 아직도 골프팬들의 뇌리에 생생히 살아있다. 그러나 사라센은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을 동시에 휩쓸었던 32년을 최고의 해로 꼽았다.
바이올린 연주자같은 이유로 유지니오 사라세니에서 진 사라센으로 개명한 그는 이제 17일 플로리다주 마르코섬 로마카톨릭교회 장례미사를 마지막으로 이승을 떠났지만 그의 당당한 모습은 골프가 존재하는 한 영원이 기억될 것이다. /김진영 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