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관광부흥 원년으로/외래객 매년 감소 여행적자 16억불/객실난 완화·특화상품 개발 급선무흔히「굴뚝없는 산업」 또는 「21세기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관광산업. 그러나 이는 말 뿐이고 아직 정부내는 물론 일반인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의 관광산업 전반을 뒤돌아보고 올해를 전망해 본다.<편집자주>
지난해 약 16억달러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여행수지 적자는 올해에는 26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상수지 관리에 커다란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내국인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경쟁국에 비해 비싼 물가와 교통체증 등 수용태세의 미비가 주요요인이다.
문화체육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실적은 3백68만명으로 95년의 3백75만3천1백97명에 비해 약 1.8% 감소했다. 반면 내국인 해외여행자는 95년에 비해 약 25.6% 늘어난 4백80만명에 달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하강곡선을 그린 것은 지난 80년(13.3%)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80년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80년의 경우 광주사태 등 국내정세의 불안요인에서 비롯됐으나 지난해는 구조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게 관광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목표는 4백20만명. 그러나 이같은 목표는 달성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우리 나라의 높은 관광요금을 피해 동남아 등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엔저현상 마저 겹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여행.항공업계가 해외여행 위주의 상품개발 경향에서 탈피, 국내여행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관광공사는 이에 대응, 각종 지방축제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94한국방문의 해를 계기로 시작한 각종 문화, 민속, 레저스포츠 이벤트는 그동안 관광객유치 및 개최지역 홍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체 판단이다. 또 국내관광을 활성화함으로써 해외여행의 열기를 다소나마 가라앉힐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관광공사는 올해 해외여행에 나서는 내국인은 지난해보다 약 75만명 늘어난 5백55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행수지 적자는 해외여행객의 증가때문이기도 하지만 헤픈 씀씀이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은 1인당 1천5백4달러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 관광객의 지출액은 1인당 1천6백23달러로 1백19달러나 많았다.
부문별 전망을 보면 관광호텔이 국내경기의 전반적인 침체와 인접 경쟁국에 비해 높은 객실요금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제회의 유치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관광숙박시설지원 특별법」이 제정돼 관광호텔업계 지원을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되긴 했지만 최근의 전반적인 불황을 되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한숨섞인 예상이다.
그러나 오는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개최와 2002년 월드컵 유치 등으로 인한 관광숙박시설 수요증가에 대비, 신규투자는 다소 활기를 띨 전망이다.
국외여행업(아웃바운드)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추세가 계속되면서 업체수가 덩달아 증가하는 외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1일까지 국외여행업체는 모두 1천9백79개업체로 95년말 1천5백70개에 비해 무려 4백여개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외여행업체의 이같은 증가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제살깎기식」출혈경쟁은 여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퇴폐관광행위 조장 등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회의 용역업은 ASEM 개최와 월드컵 유치, 「국제회의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등으로 주변 여건이 크게 나아지긴 했지만 획기적인 개선은 힘들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3개국 이상의 외국인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스포츠 등 각종 국제행사는 3백65건으로 지난해(3백50건)보다 늘어난 만큼 국제회의 용역업체들의 활동은 다소나마 활발해질 전망이다.
카지노업계의 경우 지난해 이용객 수는 51만3천8백50명으로 추정돼 95년 63만1천4백66명에 비해 20% 줄어들었다. 속리산 카지노 등 일부 업소는 영업부진으로 문을 닫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이같은 카지노업계의 침체현상은 정부의 슬롯머신 설치 허용 등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 주요 고객인 일본 관광객들의 한국방문 기피현상으로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별취재반
▲문화레저부 이종환 ▲〃이용웅 ▲〃김진영 ▲〃최창호
◎인터뷰/관광공 이경문 사장/지역특화체험역사문화/「3 신상품」 개발 주력/서울·경주·제주·수원 등 대규모 컨벤션센터 건립/ASEM·월드컵축구 등 전담반구성 치밀한 준비
『볼거리, 먹거리와 숙박시설의 부족등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관광공사의 존재이유가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에 있는 만큼 여기에 모든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지난해 12월말 문화체육부 차관직을 떠나 한국관광공사를 맡은 이경문 사장(56)은 『관광업무가 낯설지는 않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 겁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어떻게 유치할 계획입니까.
『새롭고 매력있는 이미지창출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를위해 지역별 특화상품, 체험형 상품, 역사문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예컨대 일본의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는 진흙 찜, 검은 모래찜등 미용상품을 홍보하고 일반인에게는 백제권 문화행사를 개발, 내놓는 것이지요. 또 다도, 서도등을 배우는 양반학교와 전통굿, 성황당, 그리고 새벽예불을 직접 겪어보는 무속상품과 체험형 불교상품은 구미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별 상품별로 차별화된 홍보전략을 가지고 프로모션 활동을 펴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제회의 산업은 「관광산업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어떤 육성책을 갖고 계신지요.
『무엇보다 기반확충이 중요합니다. 2000년 ASEM을 대비, 서울에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고 경주,제주, 수원등 지방에서도 건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우기 「국제회의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머지않아 국내에도 많은 컨벤션시설이 갖춰질 것으로 봅니다. 전문용역업체의 육성을 위해서는 국제회의 유치, 개최 정보등을 공유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교육도 실시해야지요.』
2000년 ASEM과 2002년 월드컵 및 아시안게임등에 대비한 계획등을 말씀해 주십시요.
『ASEM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관광숙박부문 지원전담부서를 설치, 운영할 작정입니다. 전문인력 양성등 수용태세 개선업무도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98년 프랑스월드컵 이전까지는 관광코스 개발, 안내체계의 정비등에 주력하고 이후에는 홍보체제로 전환, 업게·지자체와 공동으로 관광객 유치활동을 전개할 작정입니다. 특히 일본관광객 유치증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문제점이 뭐라고 보십니까. 또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까요.
『문제가 참 많죠. 우선 볼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호텔등 숙박시설도 그렇지…. 교통은 혼잡하고,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중·단기적으로는 시설투자가 중요합니다만 단기적으로 인적 인프라구축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우선 지방 민속문화축제를 국제화, 관광상품으로 키워나갈 작정입니다. 또 관광종사원 재교육을 통한 질적수준 제고에도 힘쓰겠습니다. 아직은 구상단계입니다만 소규모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 같네요.』<이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