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뉴딜정책’이 ‘피치 폭탄’에서 국내 증시를 구해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7.97포인트(1.58%) 오른 1,152.46포인트를 기록했다. 오전 한때 피치사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해 지수는 한때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중국 관련주의 반등이 거셌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예상한 것이지만 규모가 기대 이상이라는 게 국내외 증시의 반응이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1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으며 두산중공업ㆍ두산인프라코어 등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화학ㆍ조선ㆍ해운주 등 이른바 차이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경기부양정책이 중국발 쇼크를 막았을 뿐 경기하강은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관련 종목들의 앞날에 대해서는 여전히 두드려보고 건너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피치쇼크ㆍ중국경착륙 우려감 줄여=피치가 한국의 장기외화표시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등락을 거듭하며 혼조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이 확대됐다. 외국인은 4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3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기관도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개인은 차익실현에 나서 순매도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중국의 경기 하강을 막을 수는 없지만 국내외 증시의 최대 잠재 악재였던 중국발 쇼크 우려를 덜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얼마 전부터 내년 중국 경제 경착륙 논란이 번지면서 증시에 중국 쇼크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었다. 경제 성장동력의 두 축 중 하나였던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이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시장이라는 나머지 엔진마저 꺼질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의 깊이와 기간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률이 5~6%대로 떨어지는 경착륙이 현실화될 경우 다시 코스피지수 저점 테스트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이번 경기부양책으로 선진국들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이후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잠재 악재였던 중국발 쇼크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련주 업황 둔화는 불가피=그러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빨리 내놓는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 성장률 둔화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의 중국 관련주들이 워낙 떨어져서 저평가된 국면은 맞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추격 매수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의 경우 2009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5.9배, 현대중공업 4.1배, LG화학 5.1배 등으로 시장 평균 9~10배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익조정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저가 메리트에만 주목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철강담당 연구원은 “워낙 낙폭이 컸기 때문에 반등도 컸다”며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꺾이기 시작한 철강 업황이 반전하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는 지나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소재ㆍ기계ㆍ조선 등이 워낙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에서 호재가 나오자 성급하게 기대감을 반영했다”며 “대형주들의 경우 저평가된 점은 맞지만 추세적으로 오르기도 힘들어 성급하게 매도 혹은 매수 등 한쪽으로 방향성 매매를 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