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정운찬 행보는 얼굴 마담 머물진 않을것" 중론 경제정책에도 제 목소리 고집땐 윤증현 경제팀과 엇박자 우려도
입력 2009.09.28 18:18:13수정
2009.09.28 18:18:13
"평생 중도적 입장, 실사구시 입장에서 실용을 주창해왔습니다. 보수 쪽에서는 저를 진보라 하고 진보 쪽에서는 저를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저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중도입니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자신의 색깔을 둘러싼 논란을 이 같은 말로 정리했다. 그는 자신이 총리직을 수락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실용-친서민 정책'과 같은 코드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동안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과 같은 코드이기 때문에 총리직을 받아들였다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29일 이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내각의 총괄책임자로서 첫걸음을 내디딘 정운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연 그가 헌법 86조 2항에 정의된 총리 본연의 임무, 즉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인 정운찬의 행보를 펼쳐나갈 것인지 정 총리의 첫걸음에 쏠리는 시선이 뜨겁다.
가장 큰 관심사는 대통령의 코드에 충실히 맞추는 맞춤형 총리에 머물 것인지 이 대통령의 철학과 다른 사안에서 제 목소리를 삭이지 않는 소신형 총리로서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힐지에 쏠려 있다.
그가 지난 대선 때 범야권 후보자로까지 거론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소위 '얼굴 마담형' 총리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 10여년간 총리 후보에 단골로 거론돼왔지만 이를 고사해왔다는 점을 볼 때 그의 이번 총리직 수락의 배경에는 정치적인 의지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현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외에 뚜렷한 여권 대선후보 주자가 부각되지 않은 점도 그의 정치적 행보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른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그가 앞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금융학회 회장과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경제학자 출신이다.
그는 청문회 기간 동안 여러 해명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와 경제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허수아비는 되지 않겠다"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현 정부 경제팀과의 역학 관계도 관심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근 경제특보로 자리를 옮긴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 이명박 경제팀은 이른바 '모피아(Mofia)'로 불리는 과거 재무부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그가 정치적 행보에 무게를 둔다면 경제전문가로서 학자적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경우 현 정부의 경제팀과도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고난의 행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