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브랜드 대상] "똘똘한 소비 패턴 쭉~"

나의 가치 올리고…낭비는 줄이고…


'가치 있는 소비, 합리적인 소비' 올 상반기 소비시장을 특징짓는 말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씀씀이도 다소 늘어났지만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선택적으로 지갑을 열었다. 또 자신을 높이고 가꾸는데 도움이 되는 상품과 비싸더라도 소비가치를 높일 수 있는 브랜드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 이른바 똘똘한 소비유형을 보인 것이다. 지난 5월 한달 대형마트 3개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정도 늘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여전히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 소비가 많지 않아 본격적으로 씀씀이가 커졌다고 볼 수 없지만 의류·잡화 등 주요 소비품목들은 판매량이 늘어 완만한 경기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보통 경기 회복기에 들어서면 소비 규모가 커지고 브랜드간 쏠림 현상은 줄어드는데 반해 상반기 소비시장은 다른 모습이었다. 여전히 가격은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으며 값이 비싸더라도 구입에 따른 효용가치가 큰 상품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지갑이 열렸다. 지난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나타난 합리적 소비현상의 연장인 셈이다. 실제 연초부터 할인경쟁에 나섰던 대형마트가 반값 할인한 품목들 매대에는 주부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지난해와 같이 미끼상품들이 매대 전면에서 배치돼 쇼핑객들을 끌어 모았다. 점차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속에서도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남북한 긴장 등으로 소비 증가세가 주춤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긴축의 끈을 풀지 않고 여전히 저렴한 가격대의 브랜드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 봤던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에 반해 럭셔리, 패션, 웰빙 등 '나만을 위한'상품에는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는 현상도 나타났다. 백화점 매출은 한자릿수 신장에 머물렀지만 캐주얼 의류매장은 자신을 가꾸는 40·50대 아저씨 아줌마들로 북적거렸다. 40대 남성들 선호 브랜드도 변화가 일어 명품들이 불티나게 나가고 아웃도어 등 스포츠의류와 고가 캐주얼브랜드들의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 젊은층 소비자들에게서도 가치소비는 뚜렷했다. 최신 트렌드를 재빨리 반영하는 이른바 패스트패션인 SPA(기획에서 판매까지 일괄 의류소매기업) 브랜드들이 인기몰이를 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 문화의 확산으로 소비자들간 정보공유와 의견표출의 대상이 되는 상품과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적은 비용으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상품과 브랜드에 빠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지난해 불황을 겪은 소비자들이 올해 역시 자신의 가치는 올리고 낭비는 줄이는 합리적인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이후 소비패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한 신뢰는 제품 및 브랜드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슈퍼마켓에는 매년 평균 3,000여 종류의 신제품이 진열되지만 이 가운데 소비자가 기억하는 브랜드는 단 7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분석이 있다. 제품품질과 만족도에서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평가와 검증을 통해 신뢰를 쌓은 브랜드들이 호·불황기와 관계없이 선택된다. 또 제품구입으로 얻는 만족과 효용가치가 높은 브랜드로 선택의 범위가 좁아지는 현상도 지속될 전망이다. 다른 제품 구매는 줄이면서도 자기만족을 높일 수 있는 명품 하나 정도는 빼놓지 않고 사는 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의 감성과 합리적 가격 모두 중시하는 이른바 '밸류 컨슈머(가치소비자)'가 시장의 중심이 되는 흐름도 당분간 크게 변하질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소비행태의 변화속에서 서울경제신문이 '상반기 대한민국 일류브랜드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과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감성을 깨우고 기대 가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퀘스트, 그라비티 등 기업솔루션, 모바일게임등 IT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와 오락기능을 제공해 향후 브랜드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펜잘, 아이락 등 의약 브랜드들도 저렴하고 효능이 높은 제품으로 소비자 충성도가 올라가고 있다. 식음료는 불황을 크게 타지 않는 반면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른 브랜드 성패가 분명해지고있다. 한성기업, 이롬, 한국인삼공사, 하이리빙, 다영F&B 등의 웰빙 제품들과 디아지오코리아 등 주류기업들도 일류브랜드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상품도 소비자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상품이 히트 브랜드 상품군에 올랐다. 삼성생명, NH생명의 보험상품과 삼성증권, 대신증권의 증권 서비스 및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등은 막연한 고수익이나 보장을 강조하기 보다 안정적 수익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소비자 신뢰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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