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값 보는 눈' 달라졌다

"가수요가 상승원인" 상투적 분석 사라져…실수요 문제 인정

정부가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ㆍ강동구 등 강남권 4개 구에 매년 3만가구 이상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은 앞으로의 부동산대책이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확대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을 예고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강남권의 주택가격 상승이 과거 투기적 수요 이외 실수요에 의한 상승요인도 강했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간부회의에서 “일부 강남권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데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면 ‘실질공급확대방안’을 포함해 확실히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재건축을 통해 공급은 늘리되 개발이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환수하느냐가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요인, 정부의 시각 바뀌어=실제로 강남 집값 상승 현상을 보는 정부의 시각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강남ㆍ분당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 배경으로 ‘실수요’를 꼽은 것. 그동안 내놓았던 ‘강남 집값 상승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는 상투적 분석은 사라졌다. 8ㆍ31 대책으로 최소한 강남 지역의 가수요는 없앴다는 이유에서다. 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제국장은 “8ㆍ31 대책으로 투기적 가수요가 제도적으로 막혔다”면서 “(최근의 강남 수요는) 실수요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적 가수요도 있지만 실수요에 의한 집값 상승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국장은 “투기를 위해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나머지 집을 팔고 강남 한 채만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대책 나올 듯=‘강남 실수요’를 인정하는 정부의 인식변화는 바로 주택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강남 4구에 주택을 매년 3만구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재경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향후 5년간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등 강남권 지역에 연평균 3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택지에서 7만가구, 민간택지에서 약 10만5,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되면 수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이 차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파 신도시(4만6,000가구)와 세곡ㆍ내곡ㆍ장지지구 등 서울시가 개발하는 택지(약 3만가구)에서 7만가구가 공급되고 재건축과 신규 아파트, 주상복합 등에서 10만5,000가구가 공급될 것이라는 것. 다만 신규 공급물량이 아닌 이상 강남 지역의 실수요층 흡수를 위해서라도 재건축 완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재건축정책, 공급은 늘리되 개발이익 환수는 강화=재건축정책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은 늘리되 개발이익의 환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재건축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재건축에 관한 정답은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을 늘리면서도 비합리적인 제도와 절차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문제는 재건축을 로또로 만드는 주범인 개발이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환수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이익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지만 재건축사업이 법에서 정한 사업인 만큼 상식에 부합하는 개발이익 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또한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는 대신 규제를 단순화하고 절차를 투명화한다면 개발이익도 환수하고 공급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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