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벤처가 죽어야 벤처가 삽니다.” 오는 8월 설립 20년을 맞는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간판을 내리고 다른 기업과 M&A하는 벤처기업이 많아야 현재의 벤처산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기업간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비트컴퓨터 역시 지난 2001년 전자의무기록(EMR) 회사인 투윈정보시스템을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리드텍코리아의 영상EMR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을 통해 주력분야인 EMR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조 사장은 “올 하반기에도 EMR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다양한 접촉을 갖고있다”며 “벤처기업간 M&A가 활발해지면 투자도 늘어나고, 침체된 벤처기업계에도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비트컴퓨터와 EMR시장을 양분해왔던 유비케어가 엠디하우스의 적대적 M&A 시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유비케어, 특히 김진태 사장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소형 병원 EMR은 유비케어가 담당하고, 대형병원은 비트컴퓨터가 맡는 방식으로 시장을 나눠왔다”며 “하지만 만약 엠디하우스가 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가져간다면 더 이상 선의의 경계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유비케어의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이 된다면 현 경영진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유비케어 지분의 추가매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고학으로 중학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인하대학교에 입학해 3학년 때 창업한 전형적인 벤처기업가다. 굴곡이 심한 벤처기업을 20년간 이끌어 온 원동력은 뭘까. 그는 “나만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다른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경영철학이 가장 큰 힘이 됐다”며 “항상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을 찾고, 회사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게 CEO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사실 비트컴퓨터는 최근 2년간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지난 2001년 매출 195억원에 15억원의 순손실, 지난해에는 매출 212억원에 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올 1분기에 매출 41억원, 순이익 2억6,000만원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조 사장은 “지난 4월 의료법 개정 이후 급속 성장이 기대되는 EMR시장에서 비트컴퓨터는 단연 독보적인 기술과 판매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매출 340억원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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