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장가간다. 장가간다! 장가간다~” 서른여덟 농촌총각 만택이는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낯선 땅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합니다. 손자 걱정에 매일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내년 아버지 제사에는 며느리가 차린 제사상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 나이 되도록 여자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보는 쑥맥이 우즈벡에 갔다고 뭐 달라지겠습니까. 누가 촌놈 아니랄까봐, 그 먼 땅에서 물갈이까지 하며 좌충우돌 실수 연발입니다. 그래도 만택이, 이번만은 색시감 꼭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친구야! 올해는 꼭 장가가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던 ‘나의 결혼원정기’의 만택(정재영)이다.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노총각, 읍내에서 택시 운전하는 친구 희철(유준상)과 함께 장가 한번 가 보겠다고 듣도 보도 못한 나라로 날아간다. 자칭 바람둥이 희철이도 알고보면 시집간 옛 여자나 어쩌다 만나 껄떡대는 실속없는 농촌총각이다. 영화는 2002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모티브로 사랑과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코믹하지만 무난한 감동으로 풀어낸다.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이 묘사된 농촌총각 캐릭터와 과장된 상황은 자칫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영화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순수한 사랑과 재미를 함께 안겨준다. 우즈벡이라고 해서 만만한 나라가 결코 아니다. 이들의 맞선을 주선해주는 현지 결혼중개업소는 결혼을 빙자해 한국으로 넘어가려는 여자들을 소개시켜 준다. 현지 통역관 라라(수애)는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업소의 사기행각도 꾹 참고 경찰만 보면 도망치느라 바쁘다. 쑥맥 만택이는 숱한 맞선녀들보다 고려인이라는 라라에게 은근히 마음이 간다. 이제부터 영화는 절정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간다. 농촌총각 결혼이 그리 순탄할 리는 없다. 라라 말대로 한국에서 오죽했으면 여기까지 와서 신부감을 찾겠는가. 영화는 한국사회 자체에서 밀려난 이른바 ‘마이너’들의 오늘을 풀어낸다. 장가 못간 서른여덟 농촌총각은 문제도 아니다. 돈만을 위해 사기결혼을 주선해주는 중개업소, 결혼을 빙자해서라도 한국에만 가면 된다는 이들, 잠깐씩 비치지만 스크린 한 켠을 채우는 한국행 이주노동자, 여기에 중앙아시아를 떠도는 탈북자까지 등장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칙칙하진 않다. 이들 모두가 현실 속에 살아있는 군상들이라면 꼭 무겁게만 보여질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화려하지 않기에 오히려 영화 속 이들 캐릭터는 살아 숨쉰다.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심각한 소재들을 감동과 웃음으로 포장한 감독의 연출솜씨가 놀랍다. 만택과 라라와의 조금씩 가까워지는 사랑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지만, 날라리 같은 희철의 망가지는 코믹 연기 역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국적인 풍경만을 잡아내기 급급할 수 있는 해외 로케이션 영화의 함정에도 빠지지 않았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만택의 “다 자빠뜨려”라는 절규가 가슴 찡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