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의 트렌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친환경’으로 요약된다. 최근 10년 동안 유럽 자동차시장에 자리잡은 화두는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연비 향상과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소, 효율성 증대 등을 위한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62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친환경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모터쇼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비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들어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신규 법안을 제안한 게 도화선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새 법안은 2012년부터 EU 역내에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대해 배출량을 현재 163g/㎞에서 130g/㎞로 20% 이상 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유럽업체들은 이에 반발하면서도 하이브리드카 등을 앞세우며 연료 소모와 배기 가스량을 크게 줄인 차량을 대거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F700은 세계최초로 가솔린 엔진에 압축 점화식 디젤엔진의 파워를 접목시켜 연료 소모와 배기 가스량을 대폭 낮춘 하이브리드카로 소개됐다. 길이 5.18m에 최고출력 238마력을 자랑하는 대형 세단이지만 엔진은 4기통 1.8리터에 불과하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당 127g에 불과하고 100㎞ 주행에 5.3리터의 연료만을 소비해 동급 차량에 대해 연료 소비가 현저히 낮다.
아우디는 극저 배출가스 시스템을 적용,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TDI 디젤엔진을 장착 A4 신모델과 CO₂배출량이 199g/㎞로 줄인 A8 2.8 FSI를 ‘친환경’ 격전장에 투입했다.
GM은 최첨단 전기구동 시스템인 E-Flex(플렉스)에 기초한 오펠 플렉스트림 컨셉트카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 차량인 ‘하이드로젠4’를 함께 공개했다. E-Flex 시스템은 전기자동차에 보조로 장착된 내연기관을 통해 전기모터를 재충전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푸조도 CO₂방출량이 ㎞당 90g에 불과한 하이브리드 디젤 컨셉트카 '308 하이브리드 HDi'를 선보였으며 폭스바겐는 컴팩트 SUV '티구안'이 2009년 시행 예정인 유로5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켰다고 강조했다. BMW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140g 이하로 낮춘 뉴 3시리즈와 뉴 1시리즈 등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차량을 대거 전시하기도 했다.
연비에 대한 관심은 일본과 미국도 마찬가지. 일본은 오는 2015년까지 연비 기준을 2004년 대비 23.5% 개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미국도 내년부터 새로 판매되는 자동차의 연비 기준을 4%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일본의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LS600h과 GS450h, RX400h 모델을 나란히 전시했다. 또 닛산은 수퍼 모터(전기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한 컨셉트카 ‘믹심’(MIXIM)을 최초로 공개했다.
미국의 GM도 한번 충전으로 최대 320㎞를 주행하는 수소연료전지차 ‘하이드로젠4’를 내놓았으며 포드는 CO₂배출량을 115g/㎞으로 낮추는 반면 연비를 리터당 23.3㎞로 끌어올린 '포커스 이코네틱(ECOnetic)'을 선보였다.
국내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일본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4번째 모델인 수소연료전지차 'i-블루'라는 공개해 전세계 언론인의 눈길을 끌었다. 이 모델은 115리터(700bar)의 수소탱크를 장착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기아차도 기아차는 씨드의 하이브리드 버전인 ‘에코 씨드’를 출품해 기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친환경 기술이 유럽ㆍ일본과 비교할 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이번 모터쇼에서 확인했다”면서 “현대ㆍ기아차 등이 전세계 시장에서 선진 기술로 무장한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연구개발 속도를 가속화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