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크루그먼] 국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영국의 주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선정된 바 있는 크루그먼 교수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와 국제금융계가 너무 빠르게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투기자본의 이동을 규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금융위기가 다시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95년 멕시코 위기때와 마찬가지로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 투기적인 자본의 공격을 막을 방도를 마련하지 못해 언제든지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면서 다음번 금융위기 발생이 우려되는 나라로 남아공과 터키를 지목했다. 그는 또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국내수요는 부진한 상태에 처해 있으며 중국도 이와같은 상황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 경제위기를 통해 선진국들은 불황이 닥칠 경우 세금을 내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며 개발도상국들은 외채 도입을 제한하거나 투기자본의 이동을 부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투기자본의 공격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은 갑작스런 자본 퇴장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이같은 위기는 다시 자본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상황을 정당화시켜 주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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