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인영 특파원】 세계 상품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또다시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소 완화될 기미를 보이던 세계 경제위기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유가는 드디어 1배럴당 10달러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브렌트유 1월물의 1일 종가가 배럴당 10.21달러에 거래돼 지난 8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1월30일 10.46달러였던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10.08달러까지 떨어져 10달러 붕괴가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1일 뉴욕 상품시장에서도 1월에 인도되는 원유가격이 전날보다 9센트 하락, 12년 만에 최저가격인 배럴당 11.31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4일 연속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1월 인도분 가솔린 가격도 0.38센트 하락한 갤런당 31.75센트에 폐장됐다.
이에 따라 뉴욕의 대표적 상품지수인 골드만 삭스 상품지수(GSCI)는 26년 만에 최저치인 132.13을 기록했다.
세계 상품시장의 가격을 주도하는 유가가 연일 속락하자 구리·납 등 공업용 원자재는 물론 일부 농산물 상품으로까지 가격하락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
천연가스·구리 등 광물자원 가격지표가 바닥을 향한 채 고개를 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리가격은 이날 뉴욕 상품시장에서 0.20센트 하락한 파운드당 69.85센트에 거래돼 87년 7월 이래 처음으로 70센트선이 무너졌다. 런던 금속거래소(LME)의 납가격도 톤당 485달러에 형성돼 4년반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대두 등 일부 농산물 가격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하락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품가격이 아직 바닥은 아니며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회복되는 99년말까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의 경우 내년에는 배럴당 5달러선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공업용 원자재 가격의 폭락은 세계 경제위기 완화 조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고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유가하락은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와 중남미경제를 강타, 이들 국가가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게 지연되거나 경제회생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이들 신흥시장이 악화되면 장기적으로는 서방선진국은 물론 한국 등 수출지향적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