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제조업의 해외 탈출과 맞물려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3ㆍ4분기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 1~9월 FDI는 63억1,200만달러(신고액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에 대한 FDI는 16억9,900만달러로 지난해 1~9월(33억3,300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부품소재 부문도 14억1,300만달러로 45.2%나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업은 44억1,200만달러로 7.2% 증가했다.
특히 올 3ㆍ4분기에는 전기ㆍ전자, 화학 부문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면서 제조업 FDI가 5억3,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0.2%나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185.6% 급증한 22억5,100만달러였다. 이 때문에 3ㆍ4분기 FDI는 29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증가하면서 5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의 경우 금융ㆍ보험 분야에 대한 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가시화하면서 큰 폭으로 늘었다. 산자부는 “원화 강세와 고유가 등으로 대외 경제여건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외국인 투자 촉진책 시행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감소세였던 외국인 투자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제조업에 대한 FDI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국내 주요 기업들도 해외 공장설립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어 제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회원사 8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신설ㆍ증설ㆍ이전 등 해외 지역 공장설립은 국내외 전체 공장설립 90건 중 24건으로 26.7%를 차지했다. 특히 앞으로 해외 공장설립계획은 국내외 전체 계획 106건 중 35건으로 33.0%에 달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고임금, 높은 땅값과 물류비, 각종 규제 등을 이유로 공장설립 및 증설 지역을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올 들어 9월까지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투자는 20억9,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4.0% 줄었다. 반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거나 기존 설비를 늘리는 이른바 ‘그린필드형 투자’는 42억1,500만달러로 2.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전체 FDI에서 M&A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월 33.2%로 2004년 48.2%, 2006년 38.3%에 이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데다 M&A도 한국 업체끼리 활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올해 1~9월 미국이 9억3,300만달러로 27.1% 증가한 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각각 29억700만달러, 4억7,800만달러로 25.2%, 73.1% 감소했다. 규모별로는 1,000만~1억달러의 중형 투자가 38.8% 증가하며 호조를 보인 반면 1억달러 이상 대형 투자는 56.1%나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