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동결 해제 선언 이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를 응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국제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북한과 이라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국제 정세와 그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이다.지구 반바퀴 거리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긴장 사태가 야기한 금값과 유가 급등, 달러화 폭락 등 금융 불안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숨 조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 무기사찰과 북한 핵 개발등 국제 정세의 한 가운데에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또 하나의 해묵은 걱정거리는 디플레 조짐.
지난 주말 다시 재연된 미국의 디플레 논쟁이 오는 17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 13일 미 노동부는 11월중의 도매물가가 전월대비 0.4% 떨어져 6개월만에 가장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변동폭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뺀 핵심 도매물가마저 0.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90년대 일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
이미 일부에서는 디플레가 진전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가운데, 17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미 연말 경기는 디플레에 대한 우려로 얼룩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 주에는 11월의 경기 선행지수와 지난 3ㆍ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확정치 등 경기판단에 핵심이 되는 주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될 예정이어서, 불안정한 미 경기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일본도 이번 주중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달했음을 인정하고 나설 태세다.
오는 18일 발표되는 월례경제보고에서 정부는 12월 경기 판단을 2개월 연속으로 하향수정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지난 주말 일제히 보도했다.
수출 둔화로 생산이 줄어들고 고용사정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등 당초 예상대로 경기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기보다는 바닥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공식 인정할 전망이라는 것.
이 경우 지난 주 발표된 단기경제관측(단칸)지수에 이어 현재 8,500선까지 밀려 있는 도쿄 증시의 닛케이 지수를 끌어내리는 또 하나의 중력이 추가되는 셈이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