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기상천외한 이그노벨상

게이폭탄 창안… 발기부전제로 시차 해결…
'품위상실' 괴짜 과학자들의 잔치


지난 4일 하버드대에서 열린 이그노벨(Ig Nobel)상 시상식.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노벨상과 달리 괴짜 과학자들의 잔치인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ㆍ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연보)'의 발행인 마크 에이브러햄이 1991년 제정한 상으로,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주어진다. '품위없는'이라는 의미의 단어 '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쳐 이그노벨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품위도 없고 노벨상보다 인류의 과학발전에 미친 영향도 적지만, 사실 이그노벨상이 노벨상보다 훨씬 재미있다. 수상 분야는 매년 바뀌는데 10개 분야에서 10건의 연구가 선정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재기발랄한 괴짜 과학자들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미국의 '에어포스 제작 연구실'은 평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화학 무기를 창안하고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무기의 이름은 '게이 폭탄(gay bomb)'. 연구팀은 폭탄이 적군 진지에 떨어져 화학 물질을 발산하면 적군의 병사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감'을 느껴 전투력을 크게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물리학상은 침대 시트가 구겨지는 원리를 학문적으로 규명한 미국 하버드대의 엘 마하데반 교수와 칠레 산티애고대의 엔릭 빌라블랑카 교수가 수상했다. 이들은 시트 재료의 탄성력과 시트를 당기는 힘을 바탕으로 구김의 법칙을 세웠다. 법칙에 따르면 시트는 뻣뻣할수록 더 자잘하게, 크기가 커질수록 더 복잡하게 구겨진다. 올해 신설된 항공학상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시차 문제를 해결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아르헨티나대 패트리샤 아고스티노에게 돌아갔다. 아고스티노 박사는 햄스터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투여했더니 시차 문제가 극복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람의 시차 적응을 위해 비아그라를 투여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많은 의사들은 회의적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알파벳 순서로 인덱스를 제작할 때 나타나는 정관사 'The'의 문제점을 복잡하게 지적한 연구결과(문학), 또 은행 도둑을 즉시 잡을 수 있는 그물(경제학)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이그노벨상은 비판도 많이 받지만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갖고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한 것처럼 어찌 알겠는가. 괴짜 과학자들의 위트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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