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대출 급증…증시 복병 우려

최근 급락장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부터 크게 불어난 증권사 주식담보대출이 자칫 악성 매물을 불러오는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 급락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못할 경우 대출 회수를 위한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식담보대출 급증세 = 11일 증권업협회와 증권금융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증권(주식) 담보대출 규모는 3월 말 현재 3조4천억원으로 작년 말(3조원)에 비해 13%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의 주식담보대출이 눈에 띄게 활성화돼 2004년 말 1조2천억원 규모였던 것이 작년 말까지 한해 동안 무려 148%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주식담보대출의 급증은 무엇보다 그동안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치중해온 증권사들이 수익다각화 차원에서 앞다퉈 관련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증시 활황으로 주식 거래가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미수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수거래를 대신해 담보대출로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식담보대출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식담보대출은 투자자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보유 주식을 손절매하지 않고도 급전을 융통해 쓸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자산운용 수단이며, 증권사들입장에서는 사실상 무위험 상태로 연 6~8%의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용한 영업수단이 된다. ◇ 악성매물 부르는 '양날의 칼' = 주식담보대출은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급락장에서는 악성 매물을 불러와 증시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복병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칼이다. 증권사들은 각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담보비율 200%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주고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170%를 밑돌 경우 담보부족 상태로 판단해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반대매매에 나서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1억원어치를 보유한 투자자가 이를 담보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최고 5천만원까지다. 또 대출 직전 삼성전자의 종가가 65만원이라고가정할 경우 담보비율이 170% 수준으로 낮아지는 55만원선까지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부터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이 같은 반대매매가 평소보다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 담당자는 "특히 지난주 폭락장이 연출됐던 2~3일 동안 반대매매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아직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악성매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시의 변동폭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주식담보대출 동향에 촉각을곤두세우는 시황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수금 규모가 감소했으나 주식담보대출 물량이 증권사별로 크게 늘어나 주가 하락과 함께 담보비율이 감소하는 것도 증시에 부담으로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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