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수사 ‘이수일 암초’

임동원·신건씨 조사중단 이부영씨등 소환 늦출듯
검찰, 진상조사단 구성

국정원 도청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의 갑작스런 자살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던 검찰의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수사가 막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씨 재직 당시 발생했던 국정원 도청정보 유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데다 21일 이씨 자살의혹 해명을 위한 검찰 내부의 진상조사단이 구성되면서 당장 임동원ㆍ신건(구속) 전 국정원장들에 대한 조사가 중단됐다. 검찰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국정원 도청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큰 틀에서는 수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넉달 가까운 수사에서 안기부ㆍ국정원 도청 실태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짓고 현재 지난 2002년 국정원 도청문건 유출 의혹과 이른바 ‘삼성 X파일’에서 드러난 삼성의 97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 수사만 남겨놓고 있다. 검찰이 이씨 자살이 향후 수사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수사 본체인 도청 실태가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전직 국정원장 구속으로 그렇지 않아도 검찰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는 정치권이 이씨 자살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명에 집중하다 보면 이래저래 도청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2002년 국정원 도청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당장 이번주 소환 예정이었던 김영일ㆍ이부영 전 한라나당 의원의 소환이 일정기간 미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검찰은 또 신건ㆍ임동원 두 원장 구속 이후 매일 두 사람을 검찰로 불러 김은성 전 차장과 함께 조사를 벌여왔으나 이날 이씨 자살 사태 추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 두 전 원장을 소환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이씨 강압수사 의혹에 대응해 대검 차원에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한 것도 도청 수사 일정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다. 검찰은 이날 이씨 자살과 관련, 대검 공안부장을 단장으로 한 진상규명조사단을 편성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이 전 차장의 조사과정에 대한 경위를 보고받은 후 권재진 대검 공안부장을 단장으로 한 진상규명조사단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에서 검찰의 이씨에 대한 무리한 수사 흔적이나 이씨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조건으로 이씨로부터 도청 실태 정보를 획득하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사실이 밝혀질 경우 수사 일정이 흐트러지는 것은 물론 도청수사 자체에 적지않은 타격을 가져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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