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십리뉴타운 지역에 밀집해 있던 금형ㆍ미싱 공장들이 서서히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문 닫은 금형공장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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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상ㆍ하왕십리동 일대. 조선시대 하급 군사들의 거주지였던 이 곳에는 당시의 생활상이 이어져 지금도 수많은 금형공장들이 거리마다 자리하고 있다. 소방차도 들어가기 어려운 비좁은 골목에는 저층의 다가구ㆍ단독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이 지역 서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짐작하게 한다. 이들이 밤이면 찾아와 애환을 달래던 왕십리 곱창골목은 언제부터인가 서울의 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제 올해 말이면 이 같은 왕십리 풍경이 옛 추억이 돼버린다. 지난 7월22일 왕십리뉴타운 2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가 시작된 데 이어 1ㆍ3구역도 올해 말까지 차례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적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거리 곳곳에는 이주비 공고문이 붙어 있고, 이사준비도 한창이다. 2002년 은평ㆍ길음과 함께 서울시의 시범뉴타운으로 지정된 왕십리뉴타운은 2011년까지 총 31만㎡의 면적에 4,939가구의 아파트가 건립돼 서울의 대표적인 ‘부도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이 재개발 지역에서 관리처분 이후 안전하게 투자하라는 조언들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된 탓이다. 현재 왕십리뉴타운에서 전용 85㎡ 아파트에 입주가 가능한 권리가액 3억5,000만원짜리 단독주택에 웃돈만 약 2억원이 붙어 있다. 전용 85㎡ 안팎의 조합원 분양가가 약 4억1,000만원, 일반분양가가 약 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부담금 6,000만원을 내면 이미 투자 금액이 일반분양가를 초과하는 셈이다. 하왕십리동 M공인중개소 사장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수세가 붙을 만도 한데 파리만 날리고 있다”면서도 “입지가 워낙 좋으니 입주 때 2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은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며 투자를 권유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2구역에는 총 1,136가구가 들어서고 497가구가 오는 12월 일반분양 된다. 관리처분인가 서류를 보완하고 있는 1구역에는 총 1,702(일반분양 600)가구, 3구역에는 2,101(일반분양 1,742)가구가 들어선다. 예상 일반 분양가는 주택형에 따라 3.3㎡당 1,500만~2000만원. 3구역이 대단지에 2호선 상왕십리역 초역세권이지만 사실상 주거환경에 큰 차이는 없다. 2구역은 신당역, 1구역은 신설동역과 멀지 않고 뉴타운 자체가 크지 않아 같은 생활권이다.
앞으로 사업추진과정에서 남은 문제는 600여개가 넘는 금형ㆍ미싱공장 소상공인들의 이주대책이다. 이들은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상인회를 구성, 성동구와 조합을 상대로 갈등을 빚고 있다. 성동구청의 한 관계자는 “구청 내 특별팀까지 만들어 이들의 이주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도심 내 입주는 거의 불가능하며 서울 외곽쪽에서 자리를 잡게 도와드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