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P+(5E)+(3H)=?


행복 지수.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이 머리를 싸매고 만든 공식은 이렇다. P+(5E)+(3H). P는 인생관 적응력 등 개인적 특성, E는 돈과 건강 등 생존 조건, H는 자존심과 야망 기대 등 인간 정신의 고등적 요소. 공식대로라면 E, 즉 생존 조건은 개인적 특성보다 5배의 행복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돈과 건강이 행복의 필요조건이긴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공식이 담은 내용은 맞다. 그러나 생존 조건의 정도가 너무 크게 잡힌 점이 현실의 옳은 반영은 아닌 듯 싶다. 소득 등 객관적 생존 조건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방글라데시인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 로스웰 주장의 문제를 경제학자 레이야드가 답을 준다. 그의 주장은 먼저 사람들이 너무 쉽게 더 좋은 여건에 적응해버린 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 소득 수준으로 인한 문제다. 이를 테면 20평 아파트에 살 때는 30평 아파트가 너무나 아쉬워도 남들이 40평을 살면 30평이 불만스러워 진다는 간단한 논리다. 과거 이민 동기가 로스웰 공식 E의 증대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P와 H를 위한 이민이 늘어가는 추세라는 점이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한국인들의 경우 레이야드가 지적한 2가지 요인이 적잖은 이민 동기인 점은 우리 사회상의 한 단면을 비쳐주는 것 같아 눈길이 간다. ▲유독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 측면을 즐겨 꼬집는 미 뉴욕타임스의 최근 기사-한국의 ‘기러기 아빠들’이다. 교육열로 인한 것이라지만 이 현상을 보는 미국인들의 관점은 ‘기괴함’과 다름 아니다. 이민과 함께 이민 유사 형태로서의 이 같은 특수한 한국적 상황에 따른 자본 유출이 가져오는 경제적 폐해를 한번 생각해보자. 올들어 5월말까지 이민에 따른 재산 반출만 10억410만 달러, 증여성 송금 등까지 합칠 경우 자본의 해외 유출은 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학과 연수 비용은 지난 한해만 20억 달러를 상회, 전년대비 20%가 넘는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이 엄청난 돈들이 내수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에서 소비된다면? 허덕이는 경제의 숨통을 틔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사람과 돈이 빠져나가고 고임금과 노사 불안, 규제 등을 피해 기업도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현상은 이민의 긍정적 측면을 덮어버리고도 남는 우리 문제다. 그 원인은 장래에 대한 불안, 개개인이 가진 여러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사회의 막힌 정서, 한국적 특수 상황인 교육 문제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널려 있다. 빈곤층은 적극적으로 배려하되 부유층도 남의 눈치 안볼 수 있도록 부(富)가 국내에서 선 순환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열악한 국내의 기업 환경을 피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기업을 줄이는 대안 역시 획기적 규제 철폐를 통한 시장 자율에서 찾아야 한다. 이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결코 없다. 오히려 장려해야 할 문제다. 사태를 아주 단순하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비효율과 사회 병리 현상의 상당부분이 좁은 땅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중국의 예에서와 같이 전세계에 자국민이 많이 나가 있는 게 정책적으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떠나버릴까.” 이 말 속에 담긴 자조처럼 이민이 도피와 주변 상황에 대한 회의의 결과물이어서는 개인과 국가에 꼭 뒤탈이 꼭 남는다. 개인은 충분한 동기 부여를 갖고 국가는 비전있는 정책으로 추진하는 이민 만이 진짜 떠날 ‘가치’가 있는 이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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