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행장선임 지연 후유증 우려

「초우량 수퍼뱅크」를 외치던 「한빛호」의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으나 배를 이끌어갈 선장조차 찾지 못한채 출항전부터 비틀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원 감축 등의 문제로 감정의 골이 파인게 엊그젠데 이젠 초대행장 선임문제에 얽매여 합병을 위한 예비작업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설사 억지로 1월4일자로 출범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업무에 들어가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정치권의 이해가 은행장 인선과정에 개입된 흔적도 나타나고 있어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행장 선임 왜 늦어지고 있나=한빛은행의 합병추진위원회는 당초 지난달말까지 행장선임과 조직 등을 결정할 방침이었다. 늦어도 이달초까지는 마무리짓는다는게 당초 계획. 그러나 12월도 절반이 지나도록 행장 선임건은 「설(說)」만 난무할뿐이다. 한빛은행의 행장인선위원회가 배찬병(裵贊柄)상업은행장 등 5명의 행장후보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5일. 이후 일주일이 지난 12일에야 4명의 후보(裵행장, 申東爀한일은행장대행, 金振晩한미은행장, 尹炳哲하나은행비상임이사회의장)를 대상으로 면접을 가졌다. 후보압축과 면접도 상당시일 늦어진데 이어 당초 늦어도 지난 14일께는 있을 것으로 보였던 인선위원회의 최종 인선결과도 15일에 이르기까지 결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늦어질까. 합추위 관계자는 15일 『나도 왜 늦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성층권에서 이견이 있는 것같다』라는 말을 꺼내, 정치권 등의 이해다툼에 따른 선임지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두 은행 사이에서 일고 있는 「국민회의-자민련」간 힘겨루기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裵회장과 申대행의 연고가 각각 대전(대전고 출신)과 전남인점에서 나온 의혹이다. ◇현재의 구도는=한빛은행의 초대행장구도는 사실 아직도 안개속에 휩싸여 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金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였지만, 갑작스레 이번주초반부터 내부인사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裵행장과 申대행이 합병은행의 회장과 행장, 또는 행장과 부행장을 나눠 맡는다는 구도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도는 말그대로 說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두 사람이 분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인구도에 의한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외부인사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업무차질이 불가피하다=물론 법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내년 1월4일 출범 이주일전에만 행장을 선임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무통합 문제. 이미 한빛은행의 업부추진일정은 보름가량 늦어졌다. 12월 한달은 애초 일정대로라면 조직통합 등을 마무리짓고 지금쯤은 「예행연습(시뮬레이션)」이 한창이어야 하는 시점이다. 한빛은행은 현재 두 은행의 본점은 물론, 임원·본부부서장 인사, 전산통합 등 모든 작업이 행장선임 문제에 매달려 미뤄진 상황이다. 이밖에 자질구레한 사항들을 모두 꼽을 경우 물리적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합추위 관계자는 『합병은행을 검증할 시간조차 없다』며 『만일의 경우 무슨 문제라도 터질 경우 수습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