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말 4대 금융위기 전모 파헤쳐

■ 패닉 이후 (마이클 루이스 편저, 21세기북스 펴냄)


1995년 8월 미 뉴욕타임스에는 '부풀려진 넷스케이프의 주식상장'이라는 짤막한 기사가 실렸다. 넷스케이프가 주식 상장 규모를 500만주로 키우고 주식가격도 24달러로 높였다는 내용이다. 닷컴 열풍이 불기 이전이라 기사는 눈길을 끌지 못하고 묻혔다. 그러나 이 기사는 사실상 닷컴 버블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월가의 증권 트레이더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마이클 루이스는 20세기 후반에 터진 4대 금융위기의 순간을 기록으로 엮었다. 그들 금융 위기는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를 필두로 ▦아시아와 러시아 외환위기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의 주요기사와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전문가들의 논평 등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통해 어떻게 금융 패닉이 진행됐는지를 밝힌다. 재앙의 전조가 비치는 짧은 기사를 시작으로 위기의 진행상황을 전하고 정체를 파악하려는 현장 리포트와 코멘트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금융 전문가들의 분석과 통찰로 금융 패닉의 전모를 파헤친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가 터진 이튿날 월스트리트에 실린 기사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차분하게 전하고 있다. '19일 일찍 시카고상업거래소의 북적대던 주가지수 선물거래장에 섬뜩함이 깔렸고, 트레이더들은 주식시장 사상 최악의 붕괴 사태가 시작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개장 몇 초 만에 S&P 500 지수 선물가격이 18포인트나 떨어졌다.' 저자는 기사에 이어 '증시 붕괴의 날'이라는 브래디 위원회의 리포트를 싣고 프랭클린 에드워즈가 쓴 '붕괴의 원인, 결국 아무도 모른다'는 논평으로 1987년 금융위기를 정리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역시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1년 전 기사가 제일 먼저 등장한다. 태국의 바트화 평가절하 그리고 무너지는 러시아의 주식시장 등을 전하는 뉴욕타임스 1996년 기사를 시작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2007년 발표한 '아시아 위기 이후 10년, 우리는 아직 숲 속을 헤매고 있다'는 분석기사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금융 위기가 발생한 당시의 경제상황과 시장의 역학관계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 투자자들의 미세한 심리변화와 불합리한 행태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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