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의 SSM 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청은 4일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SSM 진출과 관련된 사업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고 대기업의 시장진출 정보를 중소 유통업체들이 미리 알 수 있도록 사전조사 신청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SSM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관련고시를 개정해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앞으로 유통업계 갈등에 따른 사업조정 신청부터 접수, 조정 권고, 공표 및 이행명령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게 되며 개점시기나 판매량ㆍ매출액ㆍ취급품목ㆍ영업시간까지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시ㆍ도지사가 정확한 지역여론을 바탕으로 상생방안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90일 이내에 자율조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에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계에서는 달라진 제도가 시행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점포를 갖춰야 하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어려워 SSM 사업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정부와 중소 상인 간의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제 사실상 대기업은 슈퍼마켓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업계는 점포 규모가 330㎡(100평) 미만으로 작은 점포들을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물류비와 본부인력 등 지원부서의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 300개 수준을 넘지 못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330㎡ 미만 점포가 110여개에 달해 추가 출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슈퍼는 330㎡ 미만 점포가 20여개, GS수퍼마켓은 점포 규모가 대부분 330㎡ 이상이다. 롯데슈퍼 측은 "사업조정에 대한 자율조정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할 경우 각 지자체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신규 점포 출점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사전조사신청제도 역시 기업의 사업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문제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신세계 이마트 측은 "이번 결정으로 올해 30개의 소형 점포를 열기로 한 당초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상인들은 일단 이번 고시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역경제의 주축은 지역 중소상인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소상공인 편에 더 가깝지 않겠느냐"며 "일단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