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창작 뮤지컬 잇달아 무대 오른다

'명성황후' 이후 13년만에 한국적 소재 '서편제' '피맛골연가' 선보여

뮤지컬 '서편제'

뮤지컬 '피맛골연가'

오랜만에 한국적 소재로 만든 대형 창작 뮤지컬이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4일 무대에 오른 뮤지컬 '서편제'와 9월 초 선보일 예정인 '피맛골연가'는 우리 전통의 노래와 춤사위를 곁들인 대형 창작 뮤지컬이다. 아픈 우리 역사를 소재로 삼아 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대형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이후 13년 만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 선보인 창작 뮤지컬 대부분이 젊은 관객을 타깃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였던데 비해 이번 작품들은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다. 뮤지컬 평론가인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는 "잊혀져 가는 우리 것에 대한 복원 의식을 밑바탕에 두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해외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과 비교해 제작비가 20~30% 수준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보통 해외 유명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려면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라이선스 비용 포함)가 들어가고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티켓 가격이 10만원 안팎이나 된다. 얼마 전 막을 올린 '빌리 엘리어트'는 135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으며 '오페라의 유령'과 '미스 사이공'도 각각 240억 원, 11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에 비해 23억원의 제작비가 든 '서편제'와 18억원이 든 '피맛골 연가'는 상대적으로 티켓 가격이 낮다. '피맛골연가'는 R석이 5만원, '서편제'도 R석이 8만 8,000원(평일 기준)으로, 기존 대형 뮤지컬에 비해 50~80% 선에서 가격이 책정됐다.

이청준 원작 소설로 영화로도 제작돼 1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서편제'는 연출 이지나, 극본 조광화, 음악감독 윤일상ㆍ이자람ㆍ김문정 등 뮤지컬 실력파들이 대거 참여했다. 판소리는 물론 대중의 취향에 맞게 팝과 락, 발라드와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졌다. 조광화 작가는 "주인공 송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정서의 유전자이며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정체성"이라고 규정했다. 11월 7일까지 3개월간 국내 공연(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이 끝나면 해외 원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가 서울의 이미지를 높일 문화 상품으로 2년간 야심 차게 준비한 창작 뮤지컬 '피맛골 연가'도 9월 4일부터 열흘 동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피맛골 연가'는 조선시대 한성의 골목인 '피맛골'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17세기 뛰어난 학식과 글재주를 가졌지만 서출이란 이유로 뜻을 펴지 못하고 떠돌던 김생과 양반집 규수 홍랑이 죽음을 넘나드는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줄거리다. 두 남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중매쟁이 행매의 도움으로 30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재회한다.

유희성 연출가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노트르담 드 파리'가 각각 뉴욕과 파리를 연상시키듯 서울을 연상시키는 문화 상품으로 뮤지컬을 선택했으며 해외 공연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악은 26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해금ㆍ피리ㆍ태평소ㆍ가야금 등이 가미돼 한국적인 정서를 살렸다. 이유리 교수는 "해외 유명 뮤지컬은 작품이 나온 후에도 장기간에 걸친 수정과 보완 작업을 통해 현재의 가치를 완성한 것"이라며 "서편제와 피맛골연가가 롱런 뮤지컬로 자리잡고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작품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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