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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자에 이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18일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창조경제를 이끌 두 기관의 수장을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깜짝 발탁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나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전격 사퇴한 것은 공직을 맡으려면 보유지분, 특히 황 대표 입장에서는 알토란처럼 키워온 기업 경영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를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청와대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공고 출신 벤처기업가 중기청장' 인선은 김 전 내정자에 이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황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식신탁이 생각 이상으로 힘들더라"며 "1개월 내에 최대주주의 지분정리는 불가하기 때문에 백지신탁하는 방향으로 생각했는데 15일(금요일) 오후부터 청와대와 중기청이 유권해석한 결과 처분해야 하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도 "황 대표가 임기 중 잠시 맡겨 경영권을 포기했다가 퇴임 후 다시 찾는 것으로 생각해 청장직을 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황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날 뿐 주성엔지니어링의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지 않는다면 향후 정책자금 지원이나 정부 추진 과제 사업자 선정 등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와 황 대표 모두 처음부터 중기청장 인선을 놓고 기업인 청장을 상정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황 대표는 또 자칫 기업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본인이 1995년 창업해 벤처기업에서부터 중견기업으로 20년 가까이 일군 회사에 대한 애착도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주주들이나 직원들, 회사에 투자한 분들에 대해 가장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주말 장ㆍ차관 워크숍 등을 통해 정부와 다른 방법이 있는지 강구해봤으나 법이 워낙 강력해 예외조항을 만들 수가 없었고 더 이상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퇴하게 됐다"고 심정을 밝혔다.
청와대는 황 내정자의 사퇴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 전 미래부 장관 내정자에 이어 황 내정자까지 사의를 표명하자 '검증 부실'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황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수락했다" 만 밝힌 뒤 구체적인 이유와 청와대 입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번 사퇴로 검증 부실은 다시 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 후보자의 재산은 가장 기본적인 검증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대한 사전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과정에서 본인이) 백지신탁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매각은 몰랐을 수도 있다"며 상호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임 발표 과정에서 당사자인 중기청은 완벽히 배제된 상태에 놓여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임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후 사실을 통보 받은 중기청은 관련 내용과 배경을 인지하지 못했고 사임 발표 역시 이날 오후 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진행됐다. 당장 21일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를 앞둔 중기청으로서는 수장 공백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