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가격은 경제 이론상 그 유가증권을 발행한 회사의 수익에 의해 결정된다. 때론 과열 투기 바람이 불고,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주가 변동이 생기지만, 결국에는 기업의 경영실적과 수익에 최종 귀착된다.이번주 뉴욕 증시는 지난 4ㆍ4분기 미국 기업들의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어닝시즌(Earning Season)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급상승했던 뉴욕 증시는 이제 기업수익과 주가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기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무려 4.6%, 다우존스 지수는 2.2%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가 밀집한 나스닥 지수의 주간 하락폭은 9.11 테러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로 한참 달려나갔던 주식시장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고, 상승폭이 컸던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 역의 순으로 시장이 조정(Correction)을 겪고 있는 것이다.
뉴욕증시는 새해 들어 첫주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반짝 상승세를 보이며, 1월 효과(January Effect)에 대한 기대를 유발했다.
그러나 곧 이어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2주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1만포인트, 나스닥 지수는 2,000 포인트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 뉴욕주가 하락국면
이번주 뉴욕 증시도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미국 상장 기업이 대거 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실적이 그렇게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 경영분석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4분기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22.3% 하락, 테러가 발생한 지난해 3분기와 같은 실적 악화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톰슨 파이낸셜은 올해 1분기에도 500대 기업의 수익이 8.1% 하락하고, 올 하반기에 가야 수익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올 상반기 뉴욕 증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실적 악화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후, 하반기에 가야 상승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우리는 뉴욕 증시의 거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미국 500대 기업의 주가수익률(PER)은 지난주초를 기준으로 40.9로 1년전에 비해 두배로 높아졌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로 PER가 가장 높았던 지난 2000년 1월의 43에 근접하고 있다. 기업 수익에 비해 주가가 엄청나게 높다는 뜻이다.
기술주의 경우 PER은 48.64, 소비재는 30, 담배관련주는 13배에 각각 달하고 있다. 따라서 PER이 높은 종목들이 당분간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지난주 뉴욕증시 상승세에 발목을 잡은 종목은 기술주의 대표적 종목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었다.
두 종목은 다우존스 지수의 구성요소이기도 하지만, 나스닥지수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주 18일 하루만에 5% 폭락, 하루 낙폭으로는 3개월만에 큰 폭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PC 수요부진으로 수익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지난해 한해동안 주가가 53% 상승한데 대한 반발이었다. 인텔도 4분기 실적 부진을 경고, 주가가 일주일동안 6.5% 내려갔다.
뉴욕 증시 하락을 부채질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코멘트였다.
그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장밋빛 경기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가 고개를 드는데 상당한 시간과 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주가불안지수는 지난주에 급등, 지나해 9월 테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주식시장이 폭락과 폭등을 거듭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 그린스펀에 주목
월요일인 21일은 흑인 민권운동가 마킨 루터 킹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뉴욕 증시는 휴장한다.
주요지표로는 22일 컨퍼런스보드의 경기선행지수(12월), 25일 기존주택 건설동향등이 발표된다.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이번주에 대량으로 발표되며, 주요 기업으로는 이스트만 코닥, 패니메, 타이코인터네셔널등이다.
이번주에는 특히 그린스펀 FRB 의장이 24일 상원 청문회에 참석, 발언하는데, 경제에 대한 시각, 금리정책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게다가 다음주에 있을 연방공개시장 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센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윌리엄 풀 총재(21일), 뉴욕 연방은행의 윌리엄 맥도너 총재(23일)도 연설을 할 예정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