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0억 은행원 나올 수도

국민은행 "성과 만큼 급여 지급"
유능한 직원들 증권사 등 이동 차단 겨냥
단순업무는 월급 감축등 임금체계 대변혁



국민은행이 성과만큼 급여를 받는 ‘스페셜리스트(전문가)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은행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은행원도 나올 수 있게 됐다. 은행원 연봉이 10억원, 심지어 100억원이 넘는 것도 가능하게 된 셈이다. 국민은행이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도입한 것은 한편으로는 수익을 많이 내고 성과가 좋은 유능한 직원들이 급여가 많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나 증권사로 옮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은행 직원들의 평균 임금을 낮출 것을 연일 촉구하는 상황에서 단순업무나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들의 임금은 낮추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결국 연공서열에 의존해 도토리 키재기식의 성과급 차이만 두었던 은행원들의 임금체계에 일대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능력 있는 직원은 붙잡고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은 임금을 차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잇따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연봉 100억원 은행원도 가능해졌다=국민은행은 ‘프라핏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통해 은행원이 수익을 내는 만큼 성과급으로 돌려줄 방침이다. 다만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리스크(위험)를 과도하게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과급을 나눠주기로 했다. 매년 받아갈 수 있는 성과급을 연봉의 250%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그 다음해에 주기로 했다. 가령 10억원의 수익을 냈는데 이전 연봉이 2억원이라면 250%인 5억원을 받고 나머지 5억원은 그 다음해에 받게 된다. 매년 좋은 성과를 내면서 연봉이 250%씩 오르면 100억원 연봉도 가능한 셈이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성과급 제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은 기본 연봉을 받고 부서별ㆍ개인별 성과에 따라 등급을 나눈 후 150%까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전직원의 성과급 총액이 정해져 있는 제로섬게임이고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잘하거나 인수합병(M&A) 업무를 잘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려도 성과급은 오르지 않는다. ◇단순업무는 월급 줄인다=은행권에서는 ‘스페셜리스트’ 제도 도입을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인다. 국민은행은 물론 신한ㆍ우리ㆍ하나 등 다른 은행들도 IBㆍ증권사 등 성과급을 많이 주는 곳으로 떠나는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이와 같은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노조의 높은 벽에 부딪쳐 무산돼왔다. 국민은행이 노사합의를 거쳐 처음으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스페셜리스트는 급여가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과가 저조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면 연봉이 깎인다. 일반 직원들도 성과가 떨어지거나 업무가 단순한 경우 급여 차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스템 변화에 은행 노조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원들에게 나이가 많거나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들은 나의 미래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누가 적게 받는다고 다른 사람이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변경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 노사관계에 또 하나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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