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피격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형사법정 설치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9일(현지시간) 오후 네덜란드, 벨기에 등 5개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형사법정 설치 결의안을 표결한다. 하지만 표결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가 국제형사법정 설치에 대한 찬반 입장을 각각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표결을 앞두고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앞서 벨기에 외무부는 지난 13일 국제형사법정 설치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하면서 “네덜란드, 호주,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벨기에 등 5개국은 최고의 국제 기준을 담보하는 독립적인 국제형사법정을 설치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진실 규명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표결 당일인 이날 성명을 내어 러시아는 진실 규명을 위해 유엔 산하에 국제형사법정을 설치하는 결의안에 반대하지 말라고 강도 높게 촉구했다. 뤼테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협력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여객기 피격 1주년인 지난 17일 별도의 성명을 내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참사 사건의 조속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반 총장은 “참사의 고통이 사라질 순 없겠지만, 희생자들의 명예를 위해 진실은 밝혀져야 하며 관련자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등 5개국이 독자적이고 국제적인 조사를 위해 유엔 안보리에 결의안을 제출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표결 당일 성명을 발표해 “피격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별도의 국제형사법정을 세우는 방안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은 지난해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다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추락해 네덜란드인 194명을 포함한 탑승자 298명이 모두 숨졌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