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8월 11일] 부품소재산업과 자동차

최근 부품소재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대일 무역적자가 확대일로에 있고 부품소재의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2억달러 적자로 반전됐다. 특히 같은 기간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무려 170억달러에 달했고 이 중 부품소재 부문의 적자만 109억달러에 이른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요인은 부품소재산업의 전반적인 취약성과 대일의존도 심화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소재산업과 가장 밀접한 산업이 자동차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은 철강ㆍ기계ㆍ전자ㆍ섬유ㆍ화학 등 2만개 이상의 부품소재로 이뤄지는 종합산업으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막대한 제조업의 핵심 산업이다. 부품소재 하나하나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완성차 역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일본 자동차산업이 강한 것은 세계적인 부품소재산업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업체에서 도요타계열의 덴소가 1위로 떠올랐다. 독일 보쉬와 미국 델파이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덴소 이외에 일본업체로는 아이신ㆍ스미토모전기ㆍ히다치오토모티브 등 26개사가 선정돼 매출합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대모비스와 만도 2개 업체만이 포함돼 세계 자동차생산 5위국 위상에 비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 자동차가 최대 수출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4,000여개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꾸준히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차가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와 대등한 품질평가를 받게 된 것도 그동안 부품소재 업체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개선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지속성장 여부는 친환경자동차와 첨단 정보기술(IT)이 융합된 휴먼친화형 자동차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자ㆍ반도체ㆍ정보통신ㆍ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융합을 통한 자동차 전장 부문의 핵심기술 확보가 그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수송기계에 불과했지만 미래의 자동차는 첨단 IT를 활용,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안전한 자동차, 무선인터넷을 통한 움직이는 사무공간화, 반도체와 전자시스템을 장착한 고효율차 등 휴먼친화형 자동차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첨단 전자부품의 자동차 원가비중은 현재 20% 수준에서 오는 2015년에는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IT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부품소재산업이 IT혁신을 통해 기술융합이 이뤄질 때 우리는 ‘첨단 IT차’라는 한국차만의 차별화된 브랜드파워를 만들어낼 수가 있고 미래형 자동차시장에서 한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선진국도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 개발에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은 선진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5년, 10년을 내다보고 미래형 친환경자동차 개발을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업체 중 한국기업이 적어도 10개 이상은 돼야 일본ㆍ독일 등 자동차 강국을 따라잡고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을 이겨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반적인 부품소재산업의 동반성장으로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도 저절로 해결되고 제조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뉴 IT전략’의 첫번째 사례로 차량 IT를 채택하고 세계시장의 10% 이상 점유전략을 발표한 것도 IT와 미래형 자동차의 무한한 가능성에 착안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대표적인 먹거리 산업이며 부품소재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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