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경영을 다시본다] '한국형 오너십' 아래 공격경영 주효

■ 불황에도 국내기업 선전 비밀은
'황제식 경영' 이란 과거 구습벗고 진화


'세계 TV 및 LCD 시장 석권, 현대차 미국 시장 6위 도약, 일본 아성 누른 2차전지….'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졌던 지난 1년 동안 국내 기업들이 거둔 성적표다.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GM이 파산하고 철옹성으로 여겼던 소니가 위축되는 동안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각종 국제기구와 평가기관들이 경제불황을 가장 빨리 극복할 나라로 한국을 꼽는 것도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기사에서 환율 효과가 컸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즉 환율에서 유리하더라도 품질이 글로벌 제품 수준에 근접하지 않고서는 일본 기업을 제치지는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FT는 해외 기업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이 과거 3~4년 동안 적극적 투자를 해오는 등 기업들이 제품 품질 등 여러 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국내 기업들은 비용절감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면서도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나 연구개발비는 줄이지 않는 등 과감하게 공격경영에 나선 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격경영 이면에는 합리성으로 대변되는 영미식 지배구조에서 볼 수 없는 한국만의 강력한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수익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 시스템과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와 더불어 오너가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한국식 지배구조가 그것이다. 당장의 기업 생존보다는 먼 미래를 본 오너십 경영이 지금의 한국 기업을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 기업의 빠른 의사 결정이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힘으로 꼽히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본 경쟁사들이 우리 의사 결정과정을 보면서 무모하다고 평가했다"며 "그러나 이젠 한국 기업들의 용기와 선견지명에 놀랍다는 얘기를 들려온다"고 설명했다. 빠른 의사결정은 영미식의 전문 경영인 체제하에서 기대하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때 한국의 오너경영은 전근대적 산물로 인식됐다. 황제경영으로 불리면서 분식회계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경영이 시대를 거치면서 새롭게 진화했고 이제 과거 구습에서 벗어났다"며 "과거에 오너 경영하면 황제식 경영을 떠올렸지만 현재는 오너가 책임지고 전문경영인이 앞장서는 한국형 오너십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국내 학계 일각에서는 '한국형 리더십'을 조명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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