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강국의 포석

사실 벤처기업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은 육성이라기 보다는 자금이나 세제혜택을 통해 많은 업체가 참여하는 데 중점이 두어졌을 뿐이다. 따라서 원천기술력이 부족하고 분야도 정보통신 쪽에 편향돼 있는 탓에 제조업과의 연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이번 정부 발표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도약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대기업이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경제의 중심축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도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벤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의 한 시사 주간지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정보화가 가장 잘 이뤄진 나라로 평가했다. 높은 교육수준, 컴퓨터와 이동휴대전화 보급률, 인터넷 사용인구 등 모든 면에서 아시아를 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화에서는 비록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자신감을 가질만도 하다는 뜻이다. 사실 부존자원이라곤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와 겨룰 수 있는 분야는 정보화를 기초로 한 벤처밖에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부가 미국·유럽 수준의 세계적인 벤처 강국을 만들겠다는 이번 청사진은 일단 방향을 잘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전망도 그렇고 특히 투자재원 조달을 둘러싸고 산자부와 정통부의 이니시어티브 경쟁이 그렇다. 산자부는 투자재원으로 민관 공동으로 1조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현재 2,0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 투자재원을 7,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내놓았다. 투자재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옛말에 사공이 많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주관부처를 정해 돈이 꼭 쓰일 곳에 쓰여지도록 해야 한다. 한판의 대국을 위해서는 우선 포석 단계에서부터 판을 잘 짜나가는 것이 요령이다. 나라의 장래가 걸려있는 정책에 부처 이기주의는 안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