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유럽 대학

재정난 악화에 대학생들 중도 탈락율 40% 넘어
세계 유명대학 순위도 美에 크게뒤져 경쟁력 뚝

유럽의 명문 대학들이 '생존 위기'를 맞았다. 미국 대학은 물론 아시아 대학들에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AP통신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유럽 대학들이 재정난과 경쟁력 약화로 교육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연구 개발 지원에서 유럽 대학들은 국내총생산(GDP)의 2% 미만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지만 미국은 2.6%, 일본은 3.2%를 연구비로 지원한다. 유럽 대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은 이미 40%를 넘어섰다. 유럽인 중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은 21%로 미국의 38%에 크게 못미친다. 유럽 대학의 대외 경쟁력 약화는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뉴스위크의 '세계 100대 글로벌 대학' 순위를 보면 20위권 안에는 영국 대학 3곳만이 들어갔을 뿐 다른 유럽 대학들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상하이의 쟈오통(交通) 대학이 발표한 '올해의 세계 20대 대학'도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 대학들로 채워졌다. 노벨상 수상자 비율은 더욱 심각하다. 1901~1950년 노벨상 수상자 중 73%가 유럽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1995~2004년에는 19%에 불과하다. '교육기회의 평등'을 기치로 내걸었던 유럽 대학들은 이제 자존심을 접고 등록금을 받는가 하면 입학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미국식 제도를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사실상 학비를 면제해주고 있는 독일의 대학들이 재정 악화로 인해 등록금 도입을 검토하는가 하면, 입학 문호를 개방한 프랑스 대학들은 입학 시험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네덜란드는 대학 정원을 줄이는 한편 우수한 학생들에 한해 조기 졸업제를 도입했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최근 대학 측에 더 많은 자율권과 기부금 등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실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적이고, 경쟁적인 대학 교육 모델을 더욱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 외에는 해답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운영비를 학비와 민간 기부금 등에 대폭 의존하고 있지만 대신 커리큘럼과 경영에 있어 상당한 자율권을 갖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는 대신 결과적으로 정부가 대학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의 안드레아스 슐라이어 국장은 "세계는 전통과 과거의 명성에 무관심하고 약점을 눈감아주지 않으며 관습이나 관행은 외면한다"며 "성공은 재빨리 순응하고 불만에 둔감하며 변화에 개방적인 개인과 국가들에게로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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