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주요대기업조사] 재계 요구사항
"자금줄 트는데 정책 집중을"
구조조정 정책의 혼선과 정쟁, 경기급락 등 국내 사정에다 국제유가 상승, 환율불안 등 대외적 요인까지 겹쳐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재계가 바라는 내년도 경영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 것은 금융구조조정. 정부는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해 통화공급에 문제점은 없지만 국고채와 몇몇 우량기업의 회사채에만 돈이 몰리는 편중현상은 큰 문제라는 것.
증시 침체로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운 처지. 여기서 재계는 돈의 물꼬를 터주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계는 "기업들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던 회사채 시장이 붕괴, 신용경색이 심화됐다"며 "신용경색은 다시 경기침체로 연결돼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두열 박사는 "정부가 채권시가평가제를 제대로 운용하고 펀드의 투명성을 높이면 시장 유동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가 사업계획을 마련하는데 있어 정부에 바라는 또 하나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시장의 힘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시장을 신뢰하게 만드는 정책이 가장 올바른데 정부는 새로운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경제연구소 권순현 연구위원은 "정부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환율 불안이 내년도 경영계획의 큰 변수로 등장한 것과 관련, 재계는 "금융구조조정을 빠른 시일내에 매듭짓고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확보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감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밖에 재계는 정치권의 끊임없는 정쟁에 따라 예측가능한 계획을 마련,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며 정치적 안정을 촉구하고 있다. 또 노동계의 움직임과 관련,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운식기자
입력시간 2000/11/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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