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핵무기 제조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혐의에 대해 사면을 받은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핵무기 제조기술 판매로 모은 거액의 재산도 몰수당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칸 박사에 대한 특별대우가 핵무기 제조기술 유출을 정부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책임으로 떠안은 것에 대한 면죄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8일 칸 박사가 1980년대 후반부터 핵무기 제조기술을 이란 리비아 북한 등에 판매한 대가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금은 중동지역의 한 은행계좌에 집중적으로 보관되어 있으며, 부동산도 150만 파운드(약 32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칸 박사의 부동산 목록에는 이슬라마바드의 주택 4채, 카스피해 연안의 빌라 1채, 아프리카 서부 내륙국가인 말리의 호텔 1채 등이 포함돼 있다. 칸 박사는 또 값비싼 외제차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핵 무기를 처음 개발할 때는 국제적인 암시장을 통하는 게 불가피했다”면서 칸 박사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대신 칸 박사는 평생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게 되고, 당분간 언론과의 인터뷰도 금지된다.
파키스탄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칸 박사 지지자들은 칸 박사에 대한 여론재판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라호르 고등법원에 칸 박사에 대한 인신보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 야당은 “한때 파키스탄 군사정부와의 공조 없이 핵무기 제조기술 유출도 없다고 증언했던 칸 박사가 최근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측은 칸 박사가 핵무기 제조기술 유출에 대한 정부측 책임을 떠안고, 대신 특별사면과 재산유지라는 반대급부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