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혜택 간절한 박주영, 끝내 멀어져 간 금메달

박주영(25ㆍAS 모나코)은 '홍명보호'의 구세주였다. 중요한 고비마다 '한방'을 터트리는 해결사로 활약, 위기의 대표팀을 구해냈다. 박주영은 지난 19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 3분 결승골을 터트리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소속팀의 차출 거부 방침을 간신히 설득한 끝에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4-0)부터 팀에 합류한 박주영은 '홍명보호' 공격을 이끌었다. 요르단전에 교체 출전해 조영철(니가타)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팔레스타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3-0), 중국과의 16강전(3-0)에서 연거푸 득점포를 가동하며 3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박주영을 앞세워 준결승에 진출했다. 23일 오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축구 준결승전이 열린 톈허 스타디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박주영의 컨디션은 여전히 좋아 보였다.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니며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좀처럼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일진일퇴의 치열한 90분 간의 대혈투가 끝나고 돌입한 연장전. 박주영에게 2번의 결정적인 찬스가 찾아왔다. 연장 전반 5분 골 지역 정면에 도사리고 있던 박주영이 오른쪽 진영에서 패스를 받은 뒤 장기인 힐 패스로 골을 흘렸지만 '슈퍼 세이브'를 펼치던 UAE 후사니 알리 카세이프 골키퍼에게 막혔다. 연장 전반 10분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교체 투입된 서정진(전북)이 오른쪽 진영에서 골 지역 정면에 있던 박주영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박주영은 수비수를 의식한 듯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힘없이 굴러간 볼은 골키퍼 정면에 다시 안겼고, 대표팀 벤치와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더 높은 곳으로의 진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금메달과 그에 따른 보상인 '병역혜택'. 박주영은 그러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금빛 인연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도하 대회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풀 타임 활약하고도 골을 넣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24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했던 한국 축구는 또 다시 4년 전 '도하 악몽'이 오버랩되면서 울어야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