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때부터 앓아왔던 중증 소아마비에도 굴하지 않고 언제나 밝은 얼굴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줬지만 결국 온몸에 퍼지는 암세포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장영희 전 서강대 영문과 교수. 생전에 '암 환자 장영희'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저자는 누가 뭐래도 자신의 삶은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말하곤 했다. 몸이 부서질듯한 고통이 엄습해와도 삶의 기적을 몸소 실천했던 장교수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책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체취와 감상들이 따뜻하게 녹아있다. 그는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병실에 누워있으면서도 상추에 보쌈을 싸서 한입 베어먹는 상상을 하면서 행복의 끊을 놓지 않았다. 그는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는 김종삼 시인의 '어부'를 인용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위대한 힘을 믿었다. 물이 자꾸 차 올라오는데, 작은 섬 꼭대기에 앉아서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눈먼 소녀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그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낫다"면서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하다고 말한다. 책 제목을 두고 고심했다고 밝힌 프롤로그에서 그는 청송 감호소의 수인(囚人) 박근좌 씨가 추천한 '나, 비가 되고 싶다'는 제목이 기억난다고 밝혔다. 나비가 되어 자유를 만끽하거나 봄비처럼 세상을 촉촉이 적시고 싶다는 추천자의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지만 저자의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나, 비가 되어' 홀가분하게 떠나면서 남긴 장교수의 희망과 행복 메시지는 남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