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체면까지 제쳐 놓았건만…’
세계 최강을 자부한 미국이, 그것도 안방에서 ‘대망신’을 당했다. 자국 프로야구 챔피언결정전을 ‘월드시리즈’라 부르며 콧대를 높이던 미국이 자신들이 주최한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본 것이다.
미국은 1라운드에서 캐나다에 6대8로 지며 삐끗하더니 2라운드 들어 1차전 일본을 4대3으로 간신히 이긴 뒤 한국에 3대7로 완패했고 멕시코 전마저 1대2로 져 끝내 탈락했다.
1,000만달러 이상의 천문학적 몸값을 받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정상적이 아닌 컨디션을 감안해도 남 다를 게 없었고 매너 역시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야구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주최한 대회에서 드러낸 노골적인 우월주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대진표를 만들 때부터 껄끄러운 상대인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 쿠바 등 중남미 국가들은 죄다 2조에 몰아놓고 ‘만만해 보였던’ 한국과 일본, 멕시코와 한 조를 만든 뒤 같은 조 1ㆍ2위가 준결승에서 만나는 희한한 방법을 택했다.
대회 기간 노골적인 편파판정은 추태에 가까웠다. 일본전에서는 희생플라이 때 리터치가 빨랐다고 주루사 판정을 내렸고 17일 멕시코와의 경기 때는 3회말 마리오 발렌수엘라가 우측 폴을 맞고 떨어지는 홈런을 날렸으나 일본전 오심을 내렸던 밥 데이비슨 1루심이 2루타로 판정해 관중들의 야유가 빗발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