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물러나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완곡한 어법으로 유명하다.
1987년 FRB의장이 된뒤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내 말을 여러분이 완전히 이해할수 있다면, 그건 내가 말을 잘못한 것이다"라고 했듯이 그는 엄청난 자기 말의 위력을 조절이라도 하려는듯 언제나 에둘러 메시지를 전했다.
시장은 언제나 그린스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하는데 매달렸고, 그의 말한마디 한마디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18년 반 동안 미국 경제를 이끈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의 주요 어록을 살펴본다.
▲"(증시의) 비이성적인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자산 가치를 과도하게 상승시켜, 일본에서 지난 10년간 그랬듯이 갑작스럽고 장기적인 경기위축을 초래할지도 모른다"(1996. 12. 5 연설을 통해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암시하면서)
▲"이 풍요의 시기에 미국이 지닌 것으로 보이는 큰 문제는 소득 분배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그 사회가 공정하고 기회가 주어졌다고 믿지 않는다면 어떤 사회도 성공할 수 없다"(2000. 1. 26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당장의 막대한 손실과 경제적 결과를 파악하는데에도 주력해야 하지만 이런 가공할 사건에 의해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은, 보다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통찰을 놓쳐서는 안된다"(2001. 9. 20 9.11 직후 상원금융위원회 증언에서)
▲"과거에는 그렇게도 잘 이뤄져온 기업관리의 점검과 균형이 왜 무너졌는가? 우리 기업사회 대부분이 전염성 탐욕(infectious greed)에 사로잡힌 것 같다"(2002.7. 16 엔론사건이후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거품이 터져 그걸 입증하기까지는 거품이 있는지 확실히 알기가 아주 어렵다. 설령 거품을 미리 파악했다 해도 중앙은행이 그같은 결과를 피하고자 하는 경기 위축 등을 포함한 선제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지는 더욱 확실하지 않다"(2002. 8. 30잭슨홀 회의에서 FRB가 증시 등의 거품 터뜨리기 정책을 취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수십년간 응답하지 않는걸 연습했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유가를 떨어뜨리고싶다"(2004. 6 자신이 왜 유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주택가격의 거품이 나타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집값이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보이는 일부지역 시장에서는 거품의 조짐이 드러났다"(2005. 6. 9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경제가 유연할 수록, 불가피하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대처할 때의 자정(self-correct) 능력도 커진다"(2005. 8. 26 잭슨홀회의에서 미국 경제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커졌음을 강조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