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공사, 전동차 자체 제작 문제

입찰 특혜? 대기업 횡포? 진실게임 비화
수의계약 특혜의혹속 부품업체 입찰방해 혐의 현대로템 공정위에 제소

도시철도공사가 국내 전동차 독점 제작 업체인 현대로템을 입찰 방해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가 전동차 자체 제작과 관련해 입찰 특혜의혹에 휩싸였던 상황에서, 잠재적 사업 경쟁자인 로템을 관계 당국에 제소하고 나섬에 따라 전동차 제작 문제는 '입찰 특혜냐, 대기업의 횡포냐'는 진실 게임으로 비화하게 됐다. 15일 공정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도철은 전동차 제작을 위해 부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로템이 업체들에 압력을 행사,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최근 공정위에 제출했다. 로템이 전동차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에게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최근 도철 관계자를 2~3차례 불러 조사했다. 도철 관계자는 "로템은 국내 유일의 전동차 제작업체라는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도철의 전동차 자체제작을 공공연히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도철은 전동차구입 비용이 1대(1량)당 16억원 안팎인 반면, 자체 제작 때는 10억원까지 낮출 수 있다며 자체 제작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부품 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기술개발을 해왔으나, 정작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5월 입찰에 부쳤으나, 협약 업체들이 일제히 입찰에 불참한 것이다. 대부분 로템에 부품을 납품하는 곳이었다. 도철측은 이들 업체에 입찰에 응해줄 것을 다시 요구하고 두번째 입찰을 실시했지만, L사 한곳만 입찰에 응해 또 유찰됐다. L사는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던 업체로, 협약 업체는 한곳도 입찰하지 않았다. 도철은 4차례에 걸쳐 입찰을 실시했으나 모두 유찰됐고, 결국 L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2회 이상 유찰되면 단독 입찰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수의계약을 두고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서울시의회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전모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입찰 과정에서 부품 회사에 유리하게 계약조건을 변경해 줬고, L사가 제작 경험이 없고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도철측은 "계약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부품 업체들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였음에도 업체들이 로템 압력으로 입찰에 참가하지 않아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로템 관계자는 "공기업인 도철이 전동차를 자체 제작하는 것은 민간기업의 영역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반대했던 것"이라며 "입찰 방해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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