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우 말련 건설현상을 가다

◎“신도시서 신공항까지” 자긍심 둥실/말련서만 15억불 수주 “최고기술” 인정/「라키얏」 타운­지반약해 탄광방불… 난관뚫고 기초공사 한창/텔레콤 사옥­일·독 등 11개 업체 제치고 낙찰 세계가 깜짝「세계경영」의 기치를 올리고 있는 (주)대우건설부문이 동남아에서 그 성가를 유감없이 펼치고 있다. 취약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동남아 건설시장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다른 국내 업체들이 경영난에 허덕일 때 대우는 해외건설 수주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그 주된 무대가 바로 동남아였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동남아는 별 매력이 없는 시장이었다. 건설시장의 규모가 연 60억달러로 단일 시장으로서의 한계를 지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19개 국내 업체가 뛰어들어 경쟁하다보니 외국 업체와의 경쟁력에서도 뒤떨어졌다. 대우는 이같은 난관을 뚫고 동남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동남아로 가는 대우의 「행진」은 말레이시아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대우가 말레이시아에서 시공중인 공사의 규모는 10억8천9백만달러. 올해 새로 계약하거나 추진중인 공사액 4억2천만달러를 합치면 말레이시아에서만 15억3천여만달러의 공사를 따낸 셈이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총리가 90년초 선진국 진입계획인 「비전 2020」을 발표한 뒤 민영화 정책과 외국업체 투자 유치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건설시장은 자유로운 투자 여건이 마련돼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대우건설이 시공중인 공사를 심층 취재했다. ◇플라자 라키얏 복합타운 지난달 26일 상오 콸라룸푸르 도심 한복판인 잘란 푸드. 2만여평의 부지에서 터파기 및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지하 수십m까지 파고 들어간 터는 연약한 지반 탓인지 시커먼 모습을 드러내 마치 탄광을 연상케 했다. 윤춘호이사는 『지반이 국내처럼 탄탄하지 못해 공사가 매우 어렵다』면서도 『대우의 자존심을 살려 완벽한 시공을 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사는 도심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및 정비를 위해 콸라룸푸르시와 현지의 플라자 라키얏사가 관민 합작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공사 수주액만도 4억6천만달러로 동양 최대 사업이다. 2만여평의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79층의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5백16실 규모의 호텔, 지하6층 지상46층의 고층아파트, 백화점, 시외버스터미널, 경전철터미널, 주차장 등을 건립한다. 총건평은 18만평으로 롯데월드의 두배가 넘는다. 대우는 지난 92년 10월 2억8천만달러 수주에 이어 지난달 26일 1억8천만달러의 2단계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냄으로써 말레이시아 시장에서의 위력을 한껏 과시했다. 이 공사의 특징은 대우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설계·시공·금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획제안형 턴키방식」. 콸라룸푸르시는 당초 이 곳에 공원을 조성하려 했으나 대우가 복합타운을 짓고 상가 옥상 1만평에 스카이공원을 조성한다는 사업계획서를 내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한마디로 대우의 제안이 콸라룸푸르 시장의 마음을 바꾼 것이다. 지난 94년 4월 착공한 이후 경전철 역사가 완공돼 이미 발주처에 넘겨졌다.백화점·호텔·아파트 등은 영연방 체육대회가 열리는 오는 98년 9월에, 오피스빌딩은 99년 3월에 각각 완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텔레콤(국영통신사) 사옥 콸라룸푸르 도심의 잘란 판타이바루에는 또 다른 대우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통신공사 사옥 신축공사가 그것이다. 기존 사옥 1만평 부지에 총건평 2만5천7백평, 지하4층, 지상 77층 규모로 건립되고 있다. 마치 대나무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디자인에 통신설비, 스카이가든, 헬리포트 등을 갖춘 최첨단 인텔리전트빌딩이다. 지난 8월에 착공, 98년 완공되며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우가 이 공사를 따낸 것은 지난 7월. 당시 잇따른 대형사고로 국내 건설업체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터에 수주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입찰 과정에서 일본·독일 등 11개 업체를 제쳐 세계 건설업계를 놀라게 했다. 공사액도 2억4천만달러로 단일 건물 공사로는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다. 이사범이사는 『일본업체와 경쟁할 경우 한국업체가 최저가격을 써내도 기술평가서나 금융문제로 번번이 졌으나 대우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 사옥은 말레이시아의 선진국 진입을 상징하는 「비전 2020」을 표현한 건물로 말레이시아 조각가 나팁 모히딘의 작품을 인용, 성장을 상징하는 죽순을 형상화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신공항 콸라룸푸르 국제공항공단이 발주한 총길이 4㎞, 너비 60m의 활주로 및 부대시설공사로 지난 4월 대우가 4천6백만달러에 수주했다. 신공항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35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는 주요 국책사업이다. 우리의 인천국제공항, 일본의 간사이공항에 버금가는 공항을 추구하고 있다. 모두 56개의 단위로 구성돼 있는 신공항 프로젝트는 일본 등 내로라 하는 건설업체들이 공개입찰에 참가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였으며 국내업체로서는 대우가 처음 공사를 따냈다. 완공은 내년 6월말. ◇비전 시티 재개발사업 콸라룸루프 중심가인 잘란 술탄 이스마일을 완전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3억40만달러 규모로 말레이시아 최초의 완전 민영화 개발사업이다. 대우는 기획제안 방식으로 20%의 지분을 갖고 수의계약으로 참여했다. 대우가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아 하는 턴키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부지 1만4천평에 총건평 11만4천여평의 복합건물이 새로 들어선다. 5백12실 규모의 34층짜리 특급호텔, 38층짜리 아파트, 30층짜리 사무실 2동, 35층짜리 사무실 1동, 7층짜리 백화점, 위락시설이 그것이다. 특히 투명한 천장 돔이 설치돼 특수조명으로 주·야간에 도시경관을 장식하게 된다. 지난해 4월 착공했으며 99년말 완공된다.<콸라룸푸르=성종수> ◎인터뷰/(주)대우건설부문 장영수 회장/“2003년 세계10위권 도약” /동남아 등 미개척시장서 승부/건설기술연 설립 기술축적도 『앞으로 대우의 세계경영의 주된 무대는 개발도상국이 될 것입니다.』 (주)대우건설부문 장영수 회장의 21세기 경영 전략은 뚜렷하다. 동남아, 중국, 인도 등 중진국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습니다. 또 후진국은 투자 위험성이 있고 투자비의 회수기간도 길고요. 결국 개발도상국 밖에 대안이 없습니다.』 장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무한경쟁의 시대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우가 올해 해외건설 수주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비결이 있습니까. ▲건설업의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대우가 시장 영역을 전 세계로 넓힌 것도 이같은 맥락입니다. 해외 진출 방식도 합작, 기술협정, 기획제안 방식 등 다양한 형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익이 없는 무모한 수주는 하지 않는다는 게 대우의 해외경영 전략입니다. ―최근 기업들이 경영난을 빌미로 명예퇴직제·조기퇴직제 등 인력 축소방안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대우건설은 어떻습니까. ▲이는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조치입니다. 대우는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의 개념을 도입하겠습니다. 대신 일하지 않는 직원들은 견디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특장을 고려, 연령·직급별 특성을 감안한 다각적인 평가방법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타사에 비해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강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경쟁력을 갖춘 직원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사내교육을 대폭 강화, 전 직원이 모두 석사과정 이상을 마치도록 하고 3개 외국어, 실무에 필요한 컴퓨터 지식,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반드시 갖추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0여개의 사내강좌를 열고 국내외 대학과 손잡고 건설기술 분야의 석박사 과정도 개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달 19일 아주대와 건설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석박사 과정 조인식을 가졌습니다. ―해외건설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진국 중심의 수주 전략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해외사장이 다변화하고 있으므로 남들이 뛰어들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유리합니다. 또 현지화를 단행, 현지 정부 및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건설업체끼리도 해외에서는 경쟁보다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기술의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기술 축적에 집중해야 합니다. 최근 건설기술연구소를 설립, 매출액의 2%를 투입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우의 장기적인 경영계획을 말씀해 주시지요. ▲최근 활성화하고 있는 민자유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시설공사가 모두 1조원을 넘는 대형 사업입니다. 이는 효율적 운영을 위해 사업별로 독립 법인화해 경영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대우가 사업을 수주할수록 많은 사장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사장 5백명을 배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는 2003년까지 대우를 수주 20조원, 매출 14조원에 이르는 세계 10위권의 건설업체로 키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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