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행(BOC)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해외 5개 지역에서 4개국 통화 표시로 40억달러(한화 4조4,6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단일 상업은행의 4개국 통화 표시 채권 발행은 세계 최초이며 중국 내 은행이 발행한 해외채권 중 최대 규모다.
26일 중국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은행은 24일(현지시간) 두바이·싱가포르·대만·홍콩·런던에서 미국 달러화, 유로화, 싱가포르 달러화, 위안화 등으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했다. 채권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등 두 가지 방식이며 2·3·4·5·7·10·15년의 만기로 나뉘어 발행됐다. 통화별 발행규모는 50억위안, 23억달러, 5억싱가포르달러, 5억유로 규모다. 장진량 중국은행 부행장은 "아시아·유럽·중동 등 광범위한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다양한 통화로 채권을 발행했다"며 "통화별 3~4배의 자금이 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은행, 씨티은행, 싱가포르개발은행(DBS), HSBC 등이 중국은행과 함께 채권 발행 주관사로 참여했고 다른 은행들은 공식투자자 모집책인 북러너(bookrunner) 역할을 맡았다.
중국은행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시진핑 정부의 국가개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본격 시행하기 위한 자금조달의 일환이다. 특히 일대일로가 중국의 개발 프로젝트가 아닌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4개국 통화로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에 모집된 자금은 중국은행의 5개 지역(타이베이·홍콩·싱가포르·아부다비·헝가리) 분점에 보관돼 전력, 교통, 공항 및 항만 건설 등 일대일로와 관계된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이라고 중국은행은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 '일반적인 공동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보편적 문구가 명시돼 있지만 중국은행의 5개 분점에 보관되는 만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쓰일 것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채권 발행은 중국은행이 올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대출자금을 2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후 나온 조치이기도 하다.
시진핑 정부는 도로, 철도, 항만, 통신 네트워크와 다양한 인프라를 통해 아시아·아프리카·중동·유럽과 중국 경제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구도를 약화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총 1,1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500억달러, 실크로드기금에서 400억달러,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대출 200억달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