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4월 16일] 중국 위협론의 이유

얼마 전 베이징올림픽의 성화가 해외 첫 봉송지인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날이었다. 오후 3시쯤 됐을까. 사무실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감색 제복을 입은 중국 공안 3명이 서 있었다. 그 중 가장 키가 큰 이가 굳은 표정으로 “한국인인가?”라고 물었다. “그렇다.”, “이 곳에 모두 몇 명이 있나?”, “셋이다.”, “여권과 비자ㆍ거류증명서를 모두 제시하라.” 이렇게 용무를 마친 중국 경찰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 설명도 인사도 없이 돌아섰고 불청객의 급습에 놀란 가슴은 한참이 지나서야 가라앉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이웃의 한 한국인 가정주부는 남편이 사무실에 여권을 가져간 바람에 신분이 확인될 때까지 중국 경찰의 감시 속에 몇 시간 동안이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한다. 요즘 중국 베이징에서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공안의 감시ㆍ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별다른 설명은 없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돌발행동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조치일 것이다. 유사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서울의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말부터 한국인의 중국 입국을 위한 복수비자 발행을 갑자기 중단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복수비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추세와 비자발행의 상호주의 원칙을 완전히 역행하는 조치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한 실무자는 “복수비자 발행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며 시스템이 복원되면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수비자 발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유독 복수비자 발행에서만 시스템 장애가 생겼다니 이해할 수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의 자유로운 출입을 제한해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중국 당국으로서는 납득이 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티베트 사태 이후 중국 당국은 서구 정부와 언론의 편향적인 시각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동남아시아 순방 중에 화교들과 만나 “중국이 강대해져서 중국위협론이 고조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ㆍ유럽 등의 태도를 비판했다. 원 총리의 지적처럼 중국위협론은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서방국가와 일본 등이 고의로 심지어는 악의로 만들어낸 논리라는 것은 일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티베트 사태 등을 이유로 일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공권력을 행사하는 태도를 보면 중국 정부가 스스로 ‘위협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중국위협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원자바오 총리의 주장처럼 단지 중국이 강해져서가 아니라 중국의 강해진 힘이 어떻게 작동할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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