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겠다.' 금융 위기 회복 과정에서 이미 종전 수준을 방불케 된 금융사들의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둘러싸고 영국 정부가 '징벌적 세금 폭탄'을 가할지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정부지원을 받은 금융사에 보너스 제한 등을 규제했지만 업계는 기본급을 상향하거나 연금 수령액을 올리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해 총급여를 위기 이전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특히 국민의 혈세인 정부 지원으로 가까스로 흑자를 실현한 은행들이 가장 먼저 주요 임직원 연봉부터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거센 사회적 저항을 받아왔다. 7일 영국 더타임스는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이 오는 9일 내년도 예산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징벌적 성격이 강한 금융가 보너스 규제 방안을 예산안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내년도 총선을 겨냥해 이 같은 내용을 예산안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아직 세부사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고든 브라운 총리의 압박 속에 일정 수준 이상의 보너스를 받은 은행가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부가세 부여가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신문은 국민보험(NI)에 은행가들의 기여도를 높이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달링 재무장관은 "수십억 파운드의 공적 자금이 은행 부문에 투입됐기에 납세자들은 은행의 급여에 상당한 (관여할) 권리가 있다"며 세금 부과 가능성을 낙관했다. 특히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 점도 이 같은 방안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 집권 노동당이 향후 4개월 이내에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려는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보너스 규제를 포함한 부자들에 대한 증세안이 절실하다. 영국의 일요신문 옵서버도 금융가 보너스에 대한 '세금 폭탄'이 상속세ㆍ양도소득세 상향조정 등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시티' 금융가는 경기 침체로 보너스를 크게 줄였음에도 여전히 연말 보너스 지급액이 무려 60억 파운드(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들에게 보너스 현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RBS 총재가 직접 나서 " (부과한다면) 이사진이 총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는 등 저항이 상당한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은행 이익에 대한 과세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은행에 요구되는 변화에 속도를 더하는 것이고 은행권에 (달라진) 실상을 깨달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