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창사 15주년…올 한해가 중요한 갈림길 창사 15년만에 매출 5조 목표기업으로 성장
입력 2006.03.29 06:34:43수정
2006.03.29 06:34:43
지난 91년 서울 신월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사업으로 출발했던 팬택이 15년의 세월을 딛고 대기업 문턱에 바짝 다가섰다.
처음에 4천만원의 자본금에 단 6명의 직원으로 출발했던 팬택계열이 이제는 사원 4천300여명, 매출 5조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 2003년말 현재 매출액기준 30대 대기업군중 30위는 5조7천억 규모인 중소기업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조사 결과 국내에서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가운데 4개중 3개가 10년이 되기 전에 사라졌고 10년동안 종업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는 0.01%, 즉 1만개중 1개에 불과했다.
실제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고, 이를 감사해야 하는 날"이라고 언급했던 안철수 박사의 말처럼 우리나라 벤처 1세대중 아직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안철수연구소와 휴맥스 등 불과 몇몇에 불과하다.
로커스를 비롯 세원텔레콤 등 수많은 벤처 1세대 기업들이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변칙회계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다.
특히 지금의 팬택계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며 전경련 회장단에 가입할 정도로 덩치가 컸던 삼보컴퓨터도 물량 위주의 무리한 사업확장,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등으로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따라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이라는 두개의 회사를 거느린 팬택계열은 90년대 중반 이후 벤처열풍과 IMF라는 경제난국을 모두 거치며 반듯하게 성장한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팬택계열이 이처럼 요동치는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이유는 한국의 IT발전 단계에 적절하게 때를 맞춰 휴대전화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본업에만 충실해왔기 때문이다.
팬택계열은 97년부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생산을 시작한 이래 미국 모토로라와 1천5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연간3억달러 상당의 수출을 하며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왔다.
하지만 팬택계열이 벤처 규모에서 벗어나 중견 그룹의 위치를 확보하게 된 전환점은 지난 2001년 11월 당시 매출규모 1조원에 이르는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면서 부터이다.
여기에 2005년 7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시장점유율에서 LG전자를 누르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부상하면서 휴대전화 3강 체제를확고하게 굳혔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 15년간 연평균 66%의 초고속 성장을거듭해왔다"며 "이는 변화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포착을 해왔고,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해야 할 때 과감하게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 성장과 달리 지난해 경영실적은 향후 팬택계열의 앞날에`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팬택은 영업손실 423억원에 순손실 203억원, 팬택앤큐리텔은 영업손실 74억원에 순손실 982억원을 기록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이는 2004년 팬택이 영업이익 584억원과 순이익 186억원, 팬택앤큐리텔이 영업이익 570억원에 순이익 465억원 을 낸 것과 비교할 때 당장 현금흐름(Cash flow) 등에 있어 문제를 야기할 수 도 있다.
여기에 당장 LG전자가 KTF의 휴대전화 제조 자회사인 KTFT 인수를 추진하며 내수시장 점유율 2위 자리 탈환에 나섰다.
또한 방송ㆍ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휴대전화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과 연구인력을 갖춘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팬택계열이 유리한 점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은 "지난해 우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할 수 는 없다"며 "기업이 반드시 한번은 성장의 위기를 겪는데 바로 지금이 그런 시점"이라며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팬택계열에 올 한 해는 대기업으로 도약하느냐 틈새시장을 노리는 중견기업으로 남아있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