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화학무기 내년 해체" 합의… 시리아 군사개입 물건너갔다

오바마 "중대·구체적 진전"… 영국·프랑스 등 일제 환영
거부땐 군사제재 시사 불구 시리아 실제 폐기여부 논란


미국과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시리아 화학무기 해법의 기본 틀에 합의함에 따라 미국 의 시리아 군사개입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12일부터 사흘간 회담을 가진 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내년 중순까지 화학무기를 완전 해체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시리아는 일주일 안에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국제 사회에 완전 공개하고 화학무기 생산과 혼합 장비 등은 11월까지 폐기하도록 했다. 또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화학무기 폐기 검증을 요청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양국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해 군사 제재를 포함하고 있는 '유엔헌장 7장'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논의하는 데도 합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시리아 화학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목표 실현에 중대하고 구체적인 진전"이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도 성명 등을 통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제 합의안을 이행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밝혔고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시리아 사태에 대해 외교적 해결로 가닥으로 잡으면서 미국의 군사 개입도 무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케리 장관은 이날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경우 유엔헌장 7장에 따라 제재 조치를 가할 것"이라며 군사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곧바로 "군사력 사용이나 유엔 차원의 자동적인 제재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비록 오바마 행정부가 "대통령은 미국법상 의회나 국제 사회가 동의하든 말든 군사공격을 단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의회의 반대 기류를 감안하면 미국 차원의 단독 공격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시리아가 실제로 화학무기를 폐기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가 산산이 부서질 수 있는 네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리아가 일주일 내 완전하고도 믿을만한 화학무기 리스트를 제공하거나 OPCW의 자유로운 조사를 허용할지 등이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장 미국은 1,000톤에 달하는 화학무기 폐기를 위해 적어도 45개 장소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와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사드 정권도 이번이 군사 공격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만큼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군사 공격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시리아 우방국인 러시아가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명시했다는 점은 미국의 외교적 승리"라며 아사드 정권도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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