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월 5일] 국회는 끝내 경제위기 외면할 건가

해가 바뀌면 나아지려나 기대했던 국회 파행이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계속돼 경제난에 신음하는 국민을 절망하게 하고 있다. 지난주 말과 휴일 국회에서는 본회의장을 접수하려는 국회사무처와 사수에 나선 민주당 간에 육탄전과 난투극이 난무하는 극한대치 상황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런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계속 불러야 할지 의문이다. 국회 파행으로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접점을 모색하려는 여야의 진지한 모습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으면 농성을 풀고 법안을 선별 처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여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나라당은 폭력사태를 풀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며 정 대표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회의 불법점거를 해소하고 여야대화를 촉구하면서 직권상정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다짐한 점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파행이 계속될 경우 ‘외로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임시국회 폐회까지는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여야는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기 전에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지금 여야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을 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요, 한발 물러서는 것도 용기다. 새해 들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자 국민들 사이에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다짐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5단체는 5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회 호소문’을 발표한다. 힘을 모아 경제난을 타개하자는 강한 다짐들이다. 여야는 이런 기업과 국민들의 호소와 기대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도 이제는 희망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야는 하루빨리 극한대치 상황을 접고 법안 처리에 우선순위를 둬 도탄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늦었다. 여야는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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