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탄소섬유 전주공장을 존공하고 본격생산에 들어갔다. 경사다. 고성능 탄소섬유의 상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철보다 강하면서도 무게는 훨씬 가벼운 탄소섬유는 낚싯대와 자전거, 골프클럽에서 F1경주용 자동차와 비행기, 우주왕복선까지 용도가 무궁무진한 미래산업의 쌀이다.
△인류가 생활 속에서 탄소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청동기부터. 고대 수메르와 이집트인들은 청동을 주조할 때 숯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숯의 주성분이 탄소다. 히포크라테스는 숯을 간질약으로 여겼다. 우리 조상들도 독과 오염을 제거하는 데 숯을 썼다. 탄소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사람은 라부아지에. 유능한 교육행정가이자 근대화학의 아버지로도 기억되지만 악덕 세금징수업자라는 죄목으로 프랑스 혁명의 와중인 1794년 처형된 그는 29살인 1772년 다이아몬드와 숯의 연소실험으로 산소와 탄소의 원소 성분을 가려냈다.
△탄소를 상업화한 인물은 에디슨. 1879년 대나무 섬유를 태워 전구의 필라멘트로 활용했다. 에디슨이 원시적인 탄소섬유를 선보인 지 79년이 흐른 1958년 미국의 유니언카바이드사가 레이온계 탄소섬유를 뽑아냈다. 군사용에 사용되던 탄소섬유는 일본에서 상업화의 꽃을 피웠다. 일본계 회사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도레이사의 탄소섬유가 들어간 보잉787 여객기는 20% 이상의 연비개선 효과를 거뒀다. 애플사도 탄소섬유에 관심을 쏟고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나노탄소섬유 개발 경쟁도 한창이다. 한편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는 탄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찾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효성의 탄소섬유 개발은 한국섬유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던 1977년 선경(SK)의 폴리에스테르 필름 개발과 비견할 만하다. 선경의 독자 개발과 상용화에 놀란 일본기업들은 뒤늦게 기술제휴를 제의하고 덤핑공세를 펼쳤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내기술을 보호하고 밀었다. 이번에도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섬유의 전략산업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효성의 성공은 출발일 뿐이다. /권홍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