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등에 결정적 흠결을 드러낸 후보자의 낙마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일부 후보자의 경우 각종 의혹이 청문과정을 거치며 속속 드러나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여권 분위기가 후보자 1~2명의 자진사퇴 불가피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야는 국회 청문특위나 각 상임위가 27일 본회의 인준 또는 청문보고서 보고 이전에 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후보자별 적격 여부에 대한 여권의 입장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등을 결격 대상자로 거론했다. 다만 청와대의 기류와 종합적인 판단을 거치면 1~2명 정도를 포기할 것 같다는 게 여권의 분위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를 연 각 상임위 여당 간사들과 25일 만나 최종 통과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다만 참석자들은 "후보자를 보는 국민 여론이 너무 안 좋다" "장관 중 일부는 희생해야 그나마 국민이 납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고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인준과 장관(급) 또는 권력기관장 후보자 7명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 입장이다. 다만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는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4시 현재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유정복ㆍ박재완ㆍ진수희 후보자 등 3명으로 늘었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위장전입을 알고도 내정한 청와대 인선 자체가 문제" "국무총리는 의혹 자체를 떠나 중앙정치에서 내각을 통솔할 감이 되는가"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다만 실제 낙마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면서도 아직까지 여론을 크게 움직일 만한 '결정타'는 없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직무능력에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호남출신 후보자는 야당도 강하게 반대하지 않고 있고 일부 후보는 부처 내 반대 세력의 비토로 인한 투서가 작용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국민 여론상 후보자 전부를 안고 갈수는 없다"면서도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낙마시킬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