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는 올 한해 뼈를 깎는 자성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상반기 의류 시장 규모가 5조6,848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3% 가량 증가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올해 전체 의류 시장 역시 2.2%의 소폭 신장이 예상되지만 소비주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무척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거세진 불황 속에서 기업들의 체질 변화가 가속화되는 등 내부적으로는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고객의 니즈를 민감히 반영하는 마케팅이 올 한해 뿌리내렸고 ‘선택과 집중’이 화두로 떠오르는 등 개선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불황에 전 업계 ‘휘청’=
올 한해 패션 업계 규모는 11조3,000억원 내외로 추정, 전년보다 소폭(2.2%)이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섬산연이 상반기 의류 시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여성복과 내의 시장이 각각 0.8, 0.9% 감소했을 뿐 남성복이 2% 청소년복 20.7%, 유아복 9.5%의 매출 증대를 보여 점차 회복추세로 반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물량 조절, 원가 절감 등에 성과를 본 패션 대기업들이 소폭의 매출 신장을 예상할 뿐 인프라 구축이 늦었던 중소 기업으로 갈수록 매출 하락 폭이 컸다. 주요 신사복 브랜드의 경우 평균 10%대의 감소를 기록했고 여성복 주요 업체도 5~10%가량 매출이 줄었다. 중저가 캐주얼 업체도 극심한 경영난을 보여 ‘닉스’ ‘나크나인’ 등 부도 및 사업중단이 잇달았다.
◇변화하는 소비자, 달라지는 기업=
업체들은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유통망 및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올 초부터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보고 추가 생산에 임하는 ‘반응생산’이 업계 전체의 화두로 부상, 재고 비용을 대폭 줄이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생산 주기도 대폭 빨라졌다.
소비자들은 올 한해 어느 해보다도 다양한 욕구들을 표출해 냈고 이를 읽고 기민하게 움직인 업체만이 시장의 환영을 받았다. 직장과 레저 생활에서 동시에 입을 수 있는 ‘멀티 코디’ 형 의상이 주류로 떠올랐고 남성복 시장도 꽃무늬 셔츠, 벨벳재킷 등이 일반의 인기를 모으며 여성복 유행 흐름과 자리를 같이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한 매장에서 동일한 느낌의 여러 브랜드를 고를 수 있는 편집샵, 명품보다는 저렴하지만 비슷한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준명품급 매스티지 브랜드들이 인기였다. 찬바람이 불자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효과를 줄 수 있는 부츠, 모자 등 패션 잡화류가 의류를 제치고 트렌드로 부상하기도 했다.
유통망에도 변화가 왔다.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가두점의 시장 확대가 눈에 띄었고 할인점시장도 올들어 주요 업체의 의류매출이 각각 1조원을 돌파할 만큼 확대, 할인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높은 수익을 거뒀다.
◇선택과 집중에 사활 건다=
내년도 주요 업체들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업체들은 내년도에도 저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비수익 브랜드 및 라인을 정리하고 ‘되는 브랜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제일모직이 ‘지방시’ 캐주얼 라인만을 내년 출시하며 LG패션도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2월), ‘헤지스’의 여성라인(가을) 출시 만을 전망할 뿐인 등 전체적으로 주력 브랜드 강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내년에 신규 브랜드 진출이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아웃도어 시장으로 시장 자체의 확대와 함께 패션성이나 도시형 디자인을 강화하는 등 타깃별 세분화도 전망된다. 또한 저가와 고가에만 매출이 집중되는 브랜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입 브랜드는 고가에서 저가로 다양하게 등장, 편집 매장 위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업체들의 중국진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