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CP 등 시장성 차입 줄여야"

■ 중기 112곳 워크아웃·법정관리
당국, 은행 통한 감시 추진
자산·계열사 매각 등 유도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룸에서 '2013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금융당국이 시장성 차입금에 대한 은행의 감시카드를 꺼냈다. 주채무계열이면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은 앞으로 채권은행과 약정을 맺을 때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금 발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약정에 따라 시장성 차입금을 줄여야 하는 한계기업은 자산을 매각하거나 은행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김진수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8일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주채무계열에 대해서는 기존 약정을 연장하거나 신규 약정을 맺을 때 기존의 자산매각 이외에도 회사채나 CP를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넣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주채무계열 기준에 시장성 차입금을 넣으려 했지만 기업의 자금압박을 가져온다는 부작용을 고려해 물러섰다.

대신 주채무계열 가운데 위기가 온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에는 은행이 시장성 차입금을 줄이도록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주채무계열에 추가될 13개가량의 대기업 중 상당수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통해 시장성 차입금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장성 차입금을 관리대상에 포함시키면 은행의 감시기능이 살아나고 기업에 구조조정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산매각은 물론 계열사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산매각은 어느 정도 되더라도 총수 일가가가 역점을 두는 계열사의 경우 매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앞으로는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은행만 지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 과정에서는 협약채권만 손실분담을 요구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불만이 컸다. 비협약채권인 회사채와 CP도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면 형평성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은행들의 기대다.

효과를 두고서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은행이 강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반 기업에 비해 5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여신을 관리하면서 업종 분석력이 낮고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여기면서 대출 쏠림이 발생해 다시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의 여신관행이 바뀌어야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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